김대통령은 백화원 영빈관 1층 ‘차현관 출입문’에서 2시56분에 미리 나와 1분 가량 기다렸다가 57분경 들어서는 김국방위원장을 맞았다.
김위원장은 복도에서 김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며 “편히 주무셨습니까”라고 큰 목소리로 인사했고 김대통령은 조용한 소리로 “잘 잤습니다”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본격 대화로 들어가기 전에 4분여 동안 공개적인 환담을 가졌다.
▽김위원장〓오늘 피곤하지 않으셨습니까.
▽김대통령〓괜찮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위원장〓약속한 대로 찾아뵙는 게 좋지 않습니까. 암만 대우 잘해도 제집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두 사람은 폭 3m 가량 되는 책상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김위원장〓오늘 일정이 아침부터 긴장되게(힘들게) 했습니다.
▽김대통령〓여기저기 많이 다녔습니다.
▽김위원장〓잠자리는 편하셨습니까.
▽김대통령〓예. 한국에서 한번 꼭 가봤으면 하던 옥류관에서 냉면도 먹고….
▽김위원장〓아침 오전 회담이 너무 늦어놓으니까, 급하게 자시는 국수는 맛이 원래 없습니다(옥류관 냉면먹은 것 지칭). 앞으로 시간여유 많이 갖고 천천히 드시기 바랍니다. 평양시민들은 대단히 흥분상태에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이렇게 직접 방북의 첫길, 정말 용단을 내리셔서 이렇게 오신 것에 대해 우리 인민들은 뜨겁게 마중했는데 인사차림이 잘 됐는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김대통령〓과분하게 환대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위원장께서 직접 공항으로 마중 나오시고 한 것을 남쪽에서도 보고 다들 놀라고 있습니다.
▽김위원장〓남쪽 텔레비전을 어제 밤늦게까지 오랫동안 봤습니다. 남쪽 MBC도 보고…. 남쪽 인민들도 아마 다 환영하고 특히 실향민, 탈북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번 기회에 고향소식이 전달될 수 있지 않나 하면서 속을 태웁디다. (옆에 앉은 김용순위원장에게) 실제로 우는 장면이 나오더라니까.
▽김대통령〓(프레스센터에) 외국기자들도 수백명이 모이고, 기자들 1000여명이 기립박수 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공항에서 악수하는 장면에서….
▽김위원장〓제가 무슨 큰 존재라도 됩니까. (공항 간 것은) 인사로 한 것뿐인데. 구라파 사람들은 나보고 왜 은둔생활 하느냐, 처음 나타났다고 그러는데 나는 그동안 중국, 인도네시아에도 비공개로 많이 갔다왔어요. 김대통령이 오셔서 은둔에서 해방됐다고 그래요. (큰 웃음)
▽김대통령〓음식이 참 좋습니다.
▽김위원장〓지금(지난번에) 중국 갔더니 김치가 나오는데 한국식 김치가 나와서 남쪽 사람들 큰일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쪽 사람들이 김치를 (세계에) 소문나게 하고 다시 일본에서 기무치라고 하는데 북조선 김치가 없어요. 남조선 김치는 좀 짜고 북조선 김치는 물이 많이 들어가는 차이가 있어요.
(두 정상은 이 같은 내용의 환담을 마친 후 정상회담에 들어갔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