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최고의 실세인 조명록(趙明祿)인민군총정치국장이 오찬사를 했고, 대통령특보자격으로 방북한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이 답사를 했다. 이는 남북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이 앞으로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올 단초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이항구(李恒九)통일연구회장은 “조명록군총정치국장은 북한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군부의 대표인물이라는 점에서 군부가 이번 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록군총정치국장이 군복이 아닌 양복차림으로 나타난 것도 색다른 모습이다. 우리의 군 계급체계에는 없는 별 다섯의 인민군차수인 그가 공식석상에서 군복이 아닌 사복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례적이다. 그는 김국방위원장의 군부대 현지지도시 빠짐없이 군복을 착용해왔다. 이는 남북간의 화해분위기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우리(북) 국방위원회는 김대중대통령의 평양방문과 더불어 마련된 통일건설에 대해 만족한 생각을 갖고 높이 평가한다”고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사실상 북측에서는 김용순(金容淳)노동당 대남담당비서가 이번 정상회담과 대남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했지만 그가 조명록군총정치국장보다 서열이 낮다는 점에서 북측이 김대통령 일행에 대해 극진한 대접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김비서가 김국방위원장의 측근이기는 하지만 노동당 정치국원에도 포함되지 못했고 후보위원에도 오르지 못했기 때문.
임원장은 대통령의 측근실세라는 점과 함께 그가 이번 정상회담을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대북 비밀접촉을 추진하는 등 총괄적인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답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조명록군총정치국장과 상응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답사를 통해 “55년동안의 민족의 대립과 갈등을 씻고 화해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김위원장(김정일)의 말씀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전적으로 동감을 표시합니다”라고 답례함으로써 이번 정상회담의 대미(大尾)를 장식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