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5일 서울로 돌아오기 직전 백화원 영빈관 고별오찬에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30여분간 사실상의 ‘제3차 단독회담’을 가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은 16일 이같이 밝히고 “두 정상이 단독회담에서 나누지 못했던 여러 얘기들을 주고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이 사실상 단독으로 회동한 시간은 무려 6시간 20여분에 이르고 오찬 만찬 서명식 등 각종 행사를 포함하면 11시간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
○…두 정상간의 은밀한 대화분위기를 입증하듯 김위원장은 고별오찬 석상에서 “(우리 둘이 한 얘기는) 알릴 것도 있고 알리지 못할 것도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고 박준영수석이 전언.
특히 김위원장은 ‘상호비방중지’ 문제를 거론하면서 “국방위원회를 소집해 군간부들에게 대남비방방송을 중지할 것을 지시했다. 그런데 일부 장성들이 ‘우리가 안해도 남측에서 계속할 것 아니냐’며 반대하기에 내가 화를 내면서 ‘우리가 먼저 모범을 보이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는 것.
김위원장은 또 “과거처럼 하면 합의문이 종잇장이 된다”며 “합의가 이뤄진 후 남과 북이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 큰 골칫거리”라고 ‘실천’을 강조했다는 후문.
김위원장은 또 “내가 공항에 환영나가는 것을 김용순비서가 말렸는데 나갔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주변에서 빨간불을 켠다. 내가 새총으로 빨간불을 모두 깨뜨리면서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정부의 한 관계자 전했다.
김위원장은 “군을 그대로 두고 서로 바라보고 있다 보면 주적(主敵)개념을 갖게 되니 경의선철도를 군을 동원해서 놓고 6·25 행사도 하지 말자”고 제의하기도 했다는 것.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소문처럼 한국 가수들에 대해 놀랄 만큼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고 방북대표단의 한 관계자가 전했다.
김위원장은 한국측 인사들과의 대화도중 조미미 하춘화 은방울자매 등 과거 트로트계열 여가수들의 이름을 거론한 뒤 “이런 가수들이 ‘조선의 정서’를 잘 대변하는 좋은 가수”라며 “다음에 다시 (북한에) 올 때는 이런 여가수들을 데리고 오면 좋겠다”고 농담을 했다는 것.
그러나 최근 한국 젊은 가수들의 노래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남자가수에 대해서는 조용필을 높이 평가했을 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우리 방북단 일행이 한결같이 15일 오찬의 ‘별미’로 꼽은 ‘곰발통찜’과 ‘야자상어 날개탕’에 대해 북한측 인사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표명.
북측 인사들은 “북조선에서는 자연보호로 곰이 살고 있는 지역이 적지 않고 이중 일부를 잡아 식용으로 한다”며 “남쪽에 가보고 싶어도 이런 맛있는 것을 맛볼 수 없을 것 같아 고민”이라고 농담.
<최영묵·권순활기자> y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