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휴전선에 '解氷의 바람'이…

  • 입력 2000년 6월 17일 00시 35분


남북의 두 정상이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하루만인 16일, 휴전선을 사이에 둔 남과 북 사이에 모처럼 ‘온난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남북이 공동선언 후 처음으로 함께 취한 조치는 상호비방방송의 중단.

북측은 TV방송에서는 16일 0시부터, 비무장지대 대남방송에서는 15일 오후 6시부터 ‘괴뢰도당’ ‘만고역적’ 등과 같은 비방방송을 완전 중지했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15일 국방위원회를 소집, 대남비방방송을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남측도 이에 화답했다.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은 1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상호주의에 따라 우리 군도 대북비방방송을 중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이날만큼은 155마일의 휴전선 전역에서 비방과 욕설이 담긴 확성기 방송을 들을 수 없었다. 72년 ‘7·4 공동성명’발표 이후 28년만의 일.

국방부는 또 차관보급회의를 열어 화해분위기 유지를 위해 6·25전쟁 50주년 기념행사를 손질하기로 했다. 국제적인 행사로 계획된 만큼 시행은 하되 ‘6·15 선언’ 정신에 걸맞게 행사 취지를 재정립하고 규모도 줄이기로 한 것. 이에 따라 북측을 자극할 수 있는 군사퍼레이드와 전투상황 재현 등의 행사는 취소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5일 오후 2시10분경 서해 백령도 주변에서 조업중 스크루에 그물이 걸려 표류하다 북한으로 월경했던 3.37t급 어선 결성호(선장 장태신·57)가 하루 만인 16일 낮 12시8분경 무사히 귀환했다.

당국의 조사 결과 결성호는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뒤 곧바로 북측 해군경비정에 의해 장산곶의 한 항구로 예인됐다. 그러나 북한군 관계자들은 남북정상회담을 화제로 말을 건네며 선장 장씨 등에게 아침식사까지 주었고 스크루에 낀 그물을 빼주는 등 극히 우호적으로 대했다. 또 북측은 16일 오전 결성호를 NLL 인근지역까지 호위,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날 벌어진 일들은 남북정상회담이 급속도의 ‘해빙(解氷)’을 가져올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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