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 김국방위원장의 ‘화끈한’ 모습을 보고 대북관에 혼란을 느낀 것처럼 북한 주민에게는 정상회담 자체가 ‘충격’이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 당국도 이런 반향을 느끼고 후속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북한 관영 방송매체는 20일 일제히 개혁 개방을 허용할 수 없고, 북한의 연방제 방식으로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보도했다.
중앙방송은 김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월1일 언급한 내용을 인용했다. 김국방위원장은 “개혁 개방은 망국의 길이다. 우리는 개혁 개방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 우리의 강성 대국은 자력갱생의 강성 대국이다”라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또 “장군님(김국방위원장)께 있어 혁명의 원칙성은 위대한 수령님(김일성·金日成전주석)께서 개척하신 성스러운 주체 혁명 위업을 자그마한 탈선도 없이 끝까지 완성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보도는 일견 북한이 변화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과거 모습을 재정리함으로써 내부 동요를 막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으로 통일부는 풀이했다. 북한이 그동안 비난해 왔던 남한의 최고 지도자와 ‘갑자기’ 정상회담을 가졌기 때문에 주민에 대한 충격 완화 작업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평양방송은 “우리나라의 통일 문제를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3대원칙에 기초해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도가 연방제 방식의 민족통일국가를 창립하는 것”이라며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의 정당성도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는 합의했지만 남한 주민을 상대로 북한측 연방제안의 우수성을 재차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
그러나 이같은 평양방송의 보도 내용을 한꺼풀 벗기면 북한이 오히려 정상회담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준비하는 증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주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입장을 재강조하고 있지만 순차적으로 남북화해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