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첫 인사청문회]李총재 면담뒤 野 목소리 높여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26일 국회에서 열린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전 10시 김덕규(金德圭)위원장이 개의 선언을 하자마자 여야 간사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회의진행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등 처음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간사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국민의 대표가 견제하는 인사청문회는 민주주의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 그러나 그는 “10일의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 접수되는 제보조차 확인할 시간이 없고 정부에 요청한 자료조차 부실해 유감스럽다”며 위원회 차원의 고발을 촉구하는 등 곧바로 공세로 전환.

안간사는 또 이총리서리의 과거 발언분석을 위해서인 듯 “청문회에서 비디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김위원장에게 요청.

민주당 설훈(薛勳)간사는 “사상 첫 청문회이니만큼 부실한 부분이 나타날 수 있으니 차후에 여야 간사와 총무간에 논의하자”며 청문회의 우선 진행을 촉구한 뒤 “비디오 사용문제는 여야 간사간에 충분히 논의한 사안인 만큼 허가해서는 안된다”고 반대.

○…오전 청문회는 여야 의원들이 처음인 인사청문회에 적응이 안된 탓인지 질문이 날카롭지 못해 다소 맥이 빠진 분위기. 하지만 오후 들어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세수위가 급상승하면서 청문회장에는 긴장감마저 감돌기 시작.

한나라당의원들은 오전 청문회가 끝난 뒤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점심을 함께 하며 중간 점검을 했다는 후문. 특히 당 안팎에서 “오전에는 야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세의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오후 들어서는 전의(戰意)를 가다듬는 분위기. 점심 후 안간사는 “오후 청문회에서는 강도가 세질 것”이라고 말해 청문회의 발언수위에 대한 이총재의 ‘주문’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청문회장에는 여야 총무단과 대변인단이 집결, 청문회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를 반영. 한나라당에서는 정창화(鄭昌和)원내총무 권철현(權哲賢)대변인 등이 참관인석에 자리 잡았고 민주당에서는 정균환(鄭均桓)총무와 부총무단 및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이, 자민련에서는 오장섭(吳長燮)원내총무가 청문회 진행과정을 지켜봤다.

민주당 정총무는 특히 운영위원장실에서 TV를 지켜보며 수시로 총무단 구수회의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

○…이총리서리는 이날 검사출신인 민주당 함승희(咸承熙)의원이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후보자의 철학을 말해달라”고 요구하자 민주사회에서의 검찰의 시대적 사명에 대한 소신을 다소 장황하게 피력.

이총리서리는 “특위위원 중에서도 검사출신이 5명이나 된다”고 운을 뗀 뒤 “검찰이 소신대로 일할 수 있는 바탕이 돼야한다”고 언급.

이총리서리는 또 “모든 분야가 민주화되는 추세 속에서 검찰이 중립을 지키면서 법이 부여한 권능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일본 검찰이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총리를 록히드 사건으로 구속하면서 독립을 얻었던 것처럼 검찰이 철학과 신념을 갖고 부패추방에 임해야 한다”고 답변.

○…청문회 과정에서 이총리서리의 염곡동 자택 주소가 지금까지 잘못돼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해프닝도 발생.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의원은 “염곡동 자택의 주소가 52-1번지로 돼있어 등기부등본과 건축대장을 찾아보니 서류가 없다고 하더라”며 “총리의 주소가 52-1번지가 아니라 44번지라는 사실을 아느냐”고 질문.

이에 대해 이총리서리는 “44번지가 구번지였는데 52-1번지로 변경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저희 집 우편물 배달부에게 상당히 죄송하다”고 답변.

이에 엄의원이 “그게 아니고 52-1번지는 80년에 지번이 없어졌고 지금은 44번지가 됐다”고 재정정하자 이총리서리는 “내가 재산관계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서…”라며 겸연쩍어하는 모습.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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