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SOFA개정협상 이렇게…

  • 입력 2000년 7월 6일 19시 56분


주한미군 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 협상과 관련해 미국은 미군범죄의 형사재판관할권 문제만 협상하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환경 노동 검역 등을 협상에 포함시키기로 하고 해당부처가 협상안을 외교통상부에 제출해 놓았다.

전문가들은 환경파괴에 대한 보상과 미군기지 내 한국인 군무원의 노무조건에 관한 문제가 이번 기회에 해결되지 않으면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92년 한 미국 시사지가 폭로한 미군 내부자료에 따르면 당시 서독지역 주둔기지의 환경오염을 정화하는 비용이 무려 30억달러로 추산됐다.

최승찬(崔昇煥)경희대법대교수는 “공익(public safety)을 보호해야 한다는 규정이 각종 보상의 근거가 되지만 일본의 경우 ‘환경’이라는 단어가 협정에 한군데도 없다는 이유로 환경파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이를 교훈 삼아 이번 개정협상에서 한줄의 조항이라도 들어가야 향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훼손 책임〓98년 경기 의왕시 백운산 정상부근의 미군기지에서 경유 송유관이 터져 20∼80㎝ 깊이의 토양에 경유가 깊게 배어버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정상회복이 힘든 사고라고 지적하고 있으나 배상 여부는 요원하다. 기껏해야 재발방지를 위한 미군의 조치를 정부관계자와 주민이 참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밖에도 경기 화성군 매향리 사격장 소음피해, 경기 평택시 미 공군기지의 오폐수 방류로 인한 물고기 떼죽음 등 환경관련 피해사례는 많다.

미군주둔지는 일차적으로 미군당국이 관리하므로 미군의 협조 없이는 환경오염실태를 조사하기조차 불가능하다.

더구나 SOFA에는 ‘한국에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경우 미군에 제공되었던 당시의 상태로 시설과 구역을 원상회복할 의무를 지니지 않는다’라는 규정이 있어 각종 환경훼손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최교수는 “필리핀도 미군기지 철수 후 환경실태를 조사해 정화비용을 청구했으나 무시당했다”며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는 미리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임의해고〓95년 경기 송탄의 미공군부대는 하사관식당을 민간에 임대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중 호봉이 높은 한국인직원 33명을 해고했다. 현재 1만5000명 가량인 미군 내 한국인 군무원은 누구나 이런 강제해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고용을 계속하는 것이 미군의 군사상 필요에 배치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고용을 종료할 수 있다’는 SOFA규정은 한국 근로기준법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해고시킬 수 있는 것. 또 정당한 노동쟁의의 경우에도 미군이 정한 냉각기간은 70일(한국은 10∼15일)로 사실상 단체행동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이에 전국주한미군노조(위원장 강인식)는 ‘군사상 필요’에 대해 명확히 규정할 것과 노무문제에 관한 한국 사법부의 결정을 따르도록 명문화할 것을 미군측에 요구하고 있다.

▽협상전망〓협상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우선 이들 문제를 의제로 채택하는 일도 쉽지 않을 듯하다. 한 정부관계자는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는 주한미군을 필요로 하는 국가라는 점이 협상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말했다. 의제로 채택되더라도 해당사안에 대한 협조체제를 구축한다는 식의 선언적 내용에 머무르기 쉽다는 것. 당초 6월로 예정됐던 협상이 자꾸 미뤄지고 있는 것도 미국측의 의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다.

민변 경실련 민주노총 등 전국 106개 사회단체들이 결성한 ‘불평등한 SOFA개정 국민행동’의 차승렬(車承烈)사무국장은 “미군과 공유지 임대계약권을 설정해서 무제한적인 소유권을 제한하는 것이 국민의 생활권을 보호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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