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모임에선 “한국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하늘같이 위하는 이 시대 최고의 지도자” 등등 JP를 향한 낯뜨거운 ‘용비어천가’가 난무했고 만찬장엔 한 병에 100만원에 달하는 발렌타인 30년짜리 양주가 두 병이나 들어갔다.
이에 앞서 3일 오후 5시경. 4·13 총선 패배 이후 썰렁하기만 했던 자민련 당사가 갑자기 사람들로 붐볐다. 5층 JP방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JP가 모처럼 출근한데다 이총리까지 취임 인사차 들르면서 ‘눈도장’을 찍기 위한 원내외 인사들이 밀어닥친 것.
특히 이총리가 엘리베이터에 탔을 땐 인원 초과인데도 누구 하나 내리려 하지 않아 엘리베이터 작동이 잠시 중지되기도 했다.
요즘 자민련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두 가지 풍경이다. 총선 패배 이후 자민련은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요즘 행태는 이렇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실사구시 명목 잇속챙기기?▼
▽실사구시(實事求是) 명목으로 잇속 챙기기〓자민련은 당 총재인 이총리의 정부 이동으로 사실상 여당으로 회귀했다. 총선 과정에서 ‘야당선언’을 했지만 “누구도 자민련을 야당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이총리)는 논리로 쉽게 ‘U턴’했다. 이런 논리로 국회 부의장자리도 거머쥐었다.
당내에선 벌써부터 JP가 입각(入閣)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2, 3명의 현역 의원 이름이 나돌고 있다. 이들에 대해선 “만사를 제쳐놓고라도 JP 근처만을 맴도는 사람”이라는 게 당내의 한결같은 평가. 여기에다 언제나 JP곁에만 붙어사는 원외 인사들까지도 정부산하기관장 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자민련 사람들은 스스로를 여당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야당도 아니다.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그저 침묵하거나 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몽니’를 부린다.
▼원내교섭단체 구성 '생떼'▼
▽국회 원내교섭단체 생떼쓰기〓자민련은 국회법 개정을 통한 원내교섭단체 구성 전까지는 모든 국회 표결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당장 이총리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총리실에선 “총리가 총재로 있는 정당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국정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한나라당이 국회법 개정에 완강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의지만으론 불가능한 일. 그럼에도 자민련은 “민주당측이 성의가 없다”며 비난한다.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국회법 개정만이 유일한 방안은 아니다. 민국당과 한국신당측은 이미 무소속구락부 형식으로 함께 교섭단체를 구성하자고 제시했지만 자민련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정치권에선 “무소속구락부로는 30여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더 받을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JP-측근들의 한심한 행태▼
▽JP와 측근들의 한심한 행태〓JP는 요즘 틈만 나면 골프를 한다. 8일에는 당 소속 시도지사와, 9일에는 당직자 및 원외 인사들과 골프장에 나갔다. 당초 9일에는 대통령 비서실 인사들과 골프를 하기로 했었으나 청와대측이 금융파업 등 국정 현안을 감안, 취소를 요청하자 대신 자민련 인사들과 나간 것.
JP는 얼마 전 한 모임에서 해괴한 ‘골프론’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JP는 모 인사가 등산하다가 넘어져 다쳤다고 하자 “뭐하러 그런 위험한 운동을 하느냐. 일주일에 2, 3번 골프를 치면 등산보다 건강에 더 좋다”고 했다는 것.
당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대혁명 때 빵을 요구하는 민중에게 우유나 고기를 권했다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철부지 망동’을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JP는 골프 약속이 없으면 잠시 국회에 얼굴을 내미는 것 외엔 신당동 자택에서 바둑 등으로 소일한다. 신당동 자택에는 4·13 총선에서 낙선한 원외 인사들이 아예 눌러 사는데 심심찮게 포커판도 벌어진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