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에 지킬 게 뭐라도 있어야 지키는 것 아니냐.”
10일 오전 자민련 주요 당직자회의에서는 최근 자민련의 ‘한심한 행태’에 대한 언론의 따가운 지적들을 놓고 자성과 불만의 목소리가 엇갈렸고 때론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종호(金宗鎬)총재직무대행이 “어떤 기사든 많이 나오면 좋은 것 아니냐”는 말로 흥분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회의를 마친 뒤 김학원(金學元)대변인은 “언론의 따가운 비판논조 중에는 일부 왜곡된 부분도 있어 유감이지만 당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느껴 더욱 민생에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당 지도부부터 새로운 방향으로 당을 이끌어야 된다고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김대변인은 회의에서 “다른 당이 모두 민생현장을 다니는데 우리 당은 땡볕에 가뭄 든 농촌현장도 한 번 가보지 않고 어떻게 좋은 기사가 나오길 바라겠느냐”며 지도부의 각성을 촉구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그러나 정작 김대변인의 지도부 성토는 아무런 대안 제시 없는 단순한 불만표시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변인은 회의에서 “대변인실 운영비가 부족하다” “대변인실을 지원할 의지가 없다면 지도부가 아예 사퇴를 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만 늘어놓은 뒤 “이런 분위기에선 대변인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는 것.
자민련의 현 주소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인식도 이날 회의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의원들은 대체로 “민생과 국정은 뒷전이고 오직 당리(黨利)에만 매달리면서 지도부가 골프나 치러 다녀서야 국민으로부터 무슨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자탄했다. 한 지구당위원장은 “창피해서 자민련 명함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은 언론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 재선의원은 “몰매란 몰매는 다 맞았는데 이젠 이미지 관리할 필요조차 없지 않느냐”며 “그저 우리 식대로 가면 된다”고 소리를 질렀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