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서 정부측 참석자들은 “장이사장을 뽑는 것이 청와대의 뜻”이라고 바람을 잡았으나 유달영(柳達永) 김재순(金在淳)위원 등이 “정원식(鄭元植)총재가 그동안 잘해왔고 남북관계에도 정통하므로 한번 더 하는 것이 좋겠다”며 반대했다.
민주당 대표인 서영훈(徐英勳)위원이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자”며 정부측 입장에 무게를 실었지만, 이들은 “언제 적에 하던 얘기를 아직도 하고 있느냐”며 자유투표를 제의했다.
이로 인해 회의는 정회됐고, 정부측 위원 2명을 포함한 5명의 소위원회에서 다시 의견을 모은 끝에 장이사장이 선출됐다.
이날 한적에서 벌어진 ‘작은 반란’은 “대충 밀고 가면 되는 게 아니냐”는 구태와 관례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