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방관병' 진단]"소신껏 일할 분위기 중요"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43분


공무원의 ‘방관병’이 생긴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두가지 원인을 제시한다.

먼저 대통령의 5년 단임제도가 ‘방관병’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려대 함성득(咸成得·행정학)교수는 “공무원들의 방관병은 대통령 5년단임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들의 입지가 흔들리기 때문에 모든 정책이 법률화되기 전에는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정책연구원 박중훈(朴重勳)연구기획부장은 “공무원들이 승진을 싫어하는 것은 정권 후반기의 레임덕 현상을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둘째로 전문관료들이 만든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 정치적 입김이 지나치게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이 꼽힌다.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있을 경우 모든 스트레스를 공무원에게 전가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은 큰 문제라는 것.

이화여대 송희준(宋熙俊·행정학)교수는 “현 상황은 사회가 다원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방패막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의 방관적 풍조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함교수는 “대통령의 입법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제도화의 틀 안에서 공무원들이 믿고 따르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적은 봉급으로 생활하는 공무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시켜 주는 일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행정이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선진국형 공무원제’가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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