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대통령의 5년 단임제도가 ‘방관병’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려대 함성득(咸成得·행정학)교수는 “공무원들의 방관병은 대통령 5년단임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들의 입지가 흔들리기 때문에 모든 정책이 법률화되기 전에는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정책연구원 박중훈(朴重勳)연구기획부장은 “공무원들이 승진을 싫어하는 것은 정권 후반기의 레임덕 현상을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둘째로 전문관료들이 만든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 정치적 입김이 지나치게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이 꼽힌다.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있을 경우 모든 스트레스를 공무원에게 전가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은 큰 문제라는 것.
이화여대 송희준(宋熙俊·행정학)교수는 “현 상황은 사회가 다원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방패막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의 방관적 풍조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함교수는 “대통령의 입법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제도화의 틀 안에서 공무원들이 믿고 따르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적은 봉급으로 생활하는 공무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시켜 주는 일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행정이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선진국형 공무원제’가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