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북한이 인공위성발사에 대한 협조를 전제조건으로 미사일 개발 중지의사를 표시했느냐의 여부는 정상들간에 주요 논쟁거리였다.
▽미―러 정상회담〓21일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에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동결시키기 위해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적인 차원에서 인공위성발사를 도와주자”고 제안했다.
푸틴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의 ‘조건부 마사일개발 중지 논쟁’에 대한 해답을 준다. 평양에서 있었던 푸틴의 발언이 실언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푸틴은 G8정상 중 유일하게 북한을 방문했다는 이점을 살려 대북문제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같은 제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특별성명에 초안에는 없던 “북한이 미사일 발사의 동결을 재확인한데 대해 주목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도 푸틴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22일 “북한이 말하는 인공위성발사는 꼭 북한 영토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해도 괜찮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의 제안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의도를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며 일단은 진의파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케네스 베이컨 미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자체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주개발을 돕는 방안을 탐색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덤 에럴리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에 우주발사체, 또는 우주발사체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탄도미사일 개발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것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일 정상회담〓22일 회담에서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총리와 클린턴 미 대통령은 한국과 함께 대북정책에서 공조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모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북한의 미사일개발과 일본인 피랍문제 등과 관련해 “안전보장상의 우려와 인도상의 문제가 있으므로 미국의 협력을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 미 대통령은 “전적으로 동감이다. 한미일이 협력해야 남북문제도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화답했다.
▽전망〓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적 관심사가 된 한반도 문제가 이번 G8 정상회담을 계기로 강대국의 주요현안으로 부상했다. 북한의 ‘조건부 미사일 개발 중지’ 제안은 당분간 한반도 관련 당사국 사이에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과 이바노프 외무장관의 발언내용에도 차이가 있다. 일본 언론은 북한 관영언론이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당사자인 북한의 명확한 의사표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성명까지 발표하며 남북대화에 호의를 보인 G8의 지지를 순조롭게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수순이기도 하다.
이번 G8회의를 계기로 강대국들이 남북한의 화해를 지지한다는 입장이 분명해졌기 때문에 남북한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유리한 국제여건이 조성됐다고 볼 수도 있다.
<오키나와〓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