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사상 처음 남북외무장관회담이 열리고 북한이 27일 아태지역 다자간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가입, 국제정치무대에 본격 진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6차 ARF에서 한국의 요구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관련활동에 우려를 표명한다’는 의장성명서가 채택됐던 것을 감안한다면 남북한 외교는 1년만에 엄청난 질적 변화를 겪고 있는 셈이다.
남북정상회담이후 정부의 대외정책틀은 ‘6·15공동선언의 당사자 원칙에 입각하면서 4강 등 주변국의 협조와 지지를 받으며 한반도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은 26∼29일 ARF 등에 참석하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외무장관과 양자회담을 갖고 이같은 정책기조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외교부는 23일 폐막한 주요8개국(G8)정상회의에서 ‘한반도 특별성명’이 채택된 것에 크게 고무돼 있다. 미국 일본 러시아와 꾸준히 이 문제를 논의하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국가에 외교부특사를 파견해 ‘공’을 들인 결과라는 설명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24일 “G8 특별성명에 이어 ARF와 9월 유엔에서도 대북 포용정책 및 한반도 긴장완화의 필요성 등을 골자로 한 성명이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북한은 작년 9월 ‘북한미사일 발사중단과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해제’로 요약되는 ‘북―미 베를린 합의’ 이후 고립정책과 대미(對美)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다양한 국가와의 관계정상화 시도를 해 왔다. 북한의 ARF 가입은 이런 전방위 외교의 결정판인 셈.
북한은 12일 필리핀과의 수교에 이어 이번 ARF기간 중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등 미수교국들과 양자회담을 벌여 외교적 실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한의 외교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ARF 회원국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얼마나 성실히 이행할 것인지가 북한 외교의 미래와 한반도의 평화화해 분위기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먼저 11월초 서울에서 열리는 신뢰구축을 위한 ARF 회기간(會期間)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정부도 북한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4강 등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새로운 외교적 과제를 떠안게 됐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 미 일 중 러 EU의장국 등 이들의 대화상대국 10개국, 몽골과 파푸아뉴기니 등 22개국이 참석해 정치안보 협력문제를 협의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유일한 정부간 협의체. 북한은 이번에 23번째 회원국이 된다. 94년 아세안 주축으로 방콕에서 결성됐으며 군과 외교실무자가 참석하는 회기간 회의, 차관급이 참석하는 고위관리회의, 외무장관회의로 나눠 운영된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