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ARF가입 의미와 앞날]고립빗장 스스로 풀었다

  • 입력 2000년 7월 27일 18시 59분


북한이 27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가입하고 민감한 미사일문제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문제를 언급한 ARF 의장성명 채택에 동의한 것은 오랜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겠다는 의지의 일단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아직 완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언제 다시 과거로 회귀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한의 ARF 가입은 북한 스스로가 과거로 ‘회귀’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ARF 회의기간 중에 미수교국인 미국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등 8개국과 개별 회담을 갖거나 가질 예정이다. 북한은 중단됐던 일본과의 수교협상 일정을 잡았고 캐나다로부터 국가 승인을 받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고립정책과 대미(對美)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다양한 양자관계 구축과, 국제기구나 국제회의의 가입을 통해 경제재건과 체제안정을 이루려는 ‘전방위외교’가 본격화되는 듯한 분위기다.

물론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이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윈―윈 게임’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들은 아직도 더 있다.

먼저 북한은 앞으로 ARF가 요구하는 ‘안보규범’을 준수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 올해 ARF 회원국들은 자국의 안보상황을 정리한 ‘안보보고서’를 제출했다. 조만간 이를 보다 구체화한 각국의 ‘안보백서’를 발간한다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북한도 앞으로 ARF의 회기간(會期間)회의 고위관리회의 외무장관회의 등에 성실히 참석해야 하며 ‘안보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이같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또 북한이 최근 추구하고 있는 서방국가와의 수교협상은 대량살상무기(WMD)나 인권 등 인도적 문제의 해결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미국 유럽연합(EU) 등과의 관계정상화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것 같다”는 것이 외교부 당국자의 분석이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큰 바위’와도 같다. 결코 한꺼번에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혀 움직일 것 같지 않던 이 바위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엽적인 마찰이나 갈등은 있을 수 있지만 북한 변화의 흐름은 이제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ARF 의장성명 한반도조항 전문▼

외무장관들은 한반도상황의 긍정적 발전에 만족을 표시했다. 그 긍정적 발전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ARF 수개 회원국과의 대화와 교류증진도 포함된다.

장관들은 특히 2000년 6월13∼15일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한 지도자들간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환영하고 1945년 한반도 분단이후 두 지도자들이 서명한 최초의 합의문인 ‘6·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이와 관련, 장관들은 남북정상회담이 남북한 관계의 전환점이 되고 이와 같은 대화와 교류가 지속 발전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궁극적으로 한반도 통일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 견해를 같이했다. 장관들은 또한 남북한간 대화, 북한―미국, 북한―일본, 남북한―미―일의 4자회담 등 체제내에서의 모든 당사국의 노력과 기타 광범위한 국제적 노력의 증진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또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북한의 점정적 유예와 관련한 더욱 긍정적 진전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포함한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완전한 이행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