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통보한 수석대표 전금진(일명 전금철·全今哲)을 장관급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심지어 설전까지 벌어졌다. 그는 98년 베이징(北京) ‘차관급’회담에 수석대표로 나왔고, 지난해 6월에는 남북차관급회담을 성사시킨 비공개 접촉을 담당했던 인물.
결국 통일부는 북한측이 오전에 통보한 명단을 오후 늦게서야 마지못해 공개하면서 “전금진은 72년 남북조절위 북측 대변인을 맡았고, 88년 국회회담 준비접촉 단장을 맡는 등 장관급에 해당한다”고 애써 강조했다.
남북장관급 회담도 이런 기류에 따라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북측 대표단은 남측과 ‘격(格)’이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대 반(半) 우려 반’의 전망을 낳고 있다.
남측이 24일 대표단 명단을 북측에 통보하면서 재정경제부, 국방부 등의 차관급 인사를 포함시키면서 경제 협력과 군사 분야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지만, 북측은 군사 분야 인사를 아예 포함시키지 않는 등 상응하는 대표단을 통보해 오지 않았다.
북측의 구성원 면면으로 볼 때 이번 회담은 경제, 군사, 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보다는 후속 회담으로 연결시켜 주는 ‘복덕방’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측이 상대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지는 인물을 포진시켰다는 점에서 29∼31일 열릴 장관급 회담은 ‘얼굴 마담’으로 전락하고, 남북이 따로 물밑 접촉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북측 대표단에는 최성익(崔成益)조평통 서기국부장이 낯익다. 그는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준비접촉 대표였던 인물. 92년 남북고위급회담 때는 정치분과위원회와 화해공동위원회 위원으로 일했으며, 고위급회담의 북측 문안 작성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남측 서영교(徐永敎)통일부국장의 상대역으로 이번 회담의 총괄 진행 및 합의서 문안 작성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순규(金順珪)문화관광부차관의 카운터파트가 될 김영신 문화성부상은 무대작품 국가심의위원장과 조선음악가동맹 부위원장도 겸하고 있는 인물. 이로 미뤄 사회문화 분야의 남북교류 및 국제스포츠대회 단일팀 구성 등에서 가시적인 진전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유영선 교육성국장과 량태현 내각사무국 성원은 의외의 인물. 특히 교육성 인물이 포함된 것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내각사무국 직원인 량태현이 포함된 것은 내각이 경제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경협 문제를 전담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