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2년이 흐른 지금도 변호사 광고는 종전처럼 개업이나 사무실이전 인사가 주종을 이루고 있고 광고규정이 허용하고 있는 새 형식의 광고를 하는 변호사는 거의 없다. 그런 가운데 일부 변호사들은 변협 광고규정이 지나치게 많은 제한을 두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의 불만▼
경기 성남시에 있는 법무법인 디지탈(대표 장영하·張永河변호사)은 7월27일 협회의 광고규정이 변호사의 영업 자유와 행복추구권, 소비자들의 정보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장변호사는 “규정은 간판의 크기와 부착 장소를 제한하고 있고 신문 잡지 등 간행물의 광고 크기도 100㎠ 내로 제한하고 있다”며 “변호사라는 이유로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비해 특별히 광고를 제한 당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장변호사는 5월 중순 지하철 8호선 단대역 구내에 광고액자를 부착했다가 ‘사무실 외의 광고’라는 이유로 변협으로부터 철거 지시를 받자 헌법소원을 낸 것.
7월29일부터 시행된 개정 변호사법 23조는 ‘필요한 사항을 신문 잡지 방송 컴퓨터 통신 등의 매체를 이용해 광고할 수 있다’고 변호사 광고에 대한 명문 규정을 두었다.
그러나 이 법은 대한변협이 광고매체의 종류와 광고 횟수, 광고료의 총액과 광고 내용 등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법과 상관없이 변협은 98년에 만든 자체 광고규정에 따라 변호사 광고를 제한하고 있다.<표 참조>
대부분의 지방변호사회는 이 규정을 준용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시행중이다. 서울의 경우 변호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얼굴사진을 넣을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수원의 경우 방송광고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태여서 일부 회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논란과 전망▼
대한변협 관계자는 31일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일부 제한을 폐지하는 작업을 진행중이지만 모든 규제를 폐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무제한적으로 광고를 허용할 경우 업계의 광고 경쟁이 심해져 변호사들의 ‘품위유지’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다. 결국 논란은 헌재의 판단에 맡겨진 셈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변호사들은 무제한적인 광고가 허용되더라도 변호사 광고가 지금보다 활발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바로 변호사의 수임구조와 비용 때문이다.
유선영(柳宣榮)변호사는 이날 “일생에 한두 번 송사를 겪게 되는 의뢰인들은 공지된 정보보다는 개인적인 인연 등을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같은 수임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변호사들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광고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변호사들은 ‘오죽 실력이 없어 장사가 안되면 변호사가 광고를 다 하느냐’는 광고의 역효과를 우려하기도 한다. 로펌의 경우 기업 고객이 대부분이어서 역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광고에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 않은 실정.
그러나 매년 수백명의 사법연수원 수료생과 전관(前官)들이 변호사 업계로 쏟아져 나와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점잖은 변호사들의 ‘품위’가 언제까지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의 경우▼
변호사 광고가 금지됐으나 70년대 중반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연방대법원 판결이 난 뒤 광고가 원칙적으로 허용됐다.
뉴욕주 변호사 출신인 이영대(李榮大)변호사는 “방송과 신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광고가 허용되고 우리처럼 광고의 크기나 방송 시간, 총 광고액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한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률가로서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만 허용되며 사건 수임을 ‘권유’하는 등 변호사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내용은 변호사 협회가 제한한다”고 말했다. 배금자(裵今子)변호사는 “미국에서도 품위가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모든 변호사나 로펌이 광고를 하는 것은 아니며 손해배상사건을 주로 하는 ‘앰뷸런스 변호사’ 등이 주로 광고를 낸다”고 전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