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철도가 끊어지던 1945년 8월 당시 경의선의 서울∼황해도 신막 구간 철도 기관사였던 이순복(李順福·76·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지난달 29∼31일 서울에서 열린 ‘제1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단절된 경의선 구간을 복원키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고 감개무량해 했다.
이씨는 “조밭이 펼쳐져 있던 황해도 신막과 고색창연한 개성, 사과 향기가 은은하던 황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던 평양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일본이 항복한 뒤 일본인들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던 중 1945년 8월말 남한과 북한에 각각 미군과 소련군이 들어와 진주하면서 남북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며 “경의선이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트는 큰 줄기가 된다니 반갑다”고 말했다.
이씨는 1940년 조선총독부 철도국에 입사해 이듬해부터 기관조사로 서울∼평양 260㎞ 구간을 달리기 시작해 서울∼원산(경원선 223㎞)과 서울∼신막 구간 등을 거의 매일 운행하던 기관사였다. 해방 후에는 기관사에서 은퇴, 관리직으로 근무하다가 정년 퇴임했다.
그는 “당시 부산에서부터 서울을 거쳐 만저우(滿洲) 하얼빈과 창춘(長春), 베이징(北京) 톈진(天津)까지 가는 4대 특급열차가 운행됐다”며 “경의선이 복구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시 열차를 타고 만저우 등 중국으로 갈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