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국회 운영위에서 원내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20석에서 10석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한 것이 화근. 이에 반발한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실력저지와 보이콧을 병행하고 있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고 못하고 있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추경예산안 등 ‘민생현안’들도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 “이왕 엎질러진 물이니 본회의까지 강행하든, 대야 협상을 거쳐 수정안을 내든 국회법 문제를 빨리 풀고 다음 수순으로 넘어가야 할 것 아니냐”는 불만의 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본회의 강행은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지난달 25일 강행처리를 시도했으나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이 날치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김종호(金宗鎬)국회부의장마저 야당의원들에 의해 ‘감금’당해 손 한번 써보지 못한 데서 보듯 본회의 강행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구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1일 교섭단체 완화에 대해 “총선 민의에 어긋나는 만큼 용인할 수 없다”고 거듭 강경 입장을 밝힌 상황이어서 이 문제에 관한 한 여야 간에 협상의 여지도 거의 없게 됐다.
따라서 민주당의 대야 협상 라인은 한숨만 쉬고 있다. “사과든 뭐든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이 꿈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후퇴’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교섭단체 문제에서는 현 상태에서 손을 떼고 추경예산안 정부조직법안 금융지주회사법안 등 여타 현안부터 처리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엔 자민련이 가만있지 않을 게 분명하다. 자민련은 교섭단체 구성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퇴로마저 막힌 민주당 내에선 “날치기 무효화를 포함, 야당의 요구를 조건없이 들어주자”는 유화론에서부터 “그런다고 야당이 국회운영에 협조하겠는가”라는 회의론에 이르기까지 갑론을박만 분분하다. 서영훈(徐英勳)대표가 1일 기자회견을 가지려다 당직자들의 ‘만류’로 취소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