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출국 3명의 힘?]싱겁게 무너진 여야대치

  • 입력 2000년 8월 3일 18시 57분


민주당 의원 3명의 ‘항명 출국’으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던 여야 대치전선이 싱겁게 무너지자 3일 여야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며 침통한 분위기였으나 한나라당은 희색이 만면한 채 보라는 듯이 역공을 취했다.

▽민주당〓소장파와 개혁 그룹 인사들은 “아무런 소득 없이 임시국회가 중단돼 국민에게 정치불신만 초래하고 집권당으로서의 정국운영 능력 부재를 드러냈다”며 지도부를 비판했다. 한 ‘386’의원은 “이번 임시국회는 한국정치의 병폐를 그대로 재현한 낡은 정치의 표본이었다. 실익이 없는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국회가 원만하게 운영되지 못한 데 대해 다시 한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서영훈(徐英勳)대표는 항명 3인방에 대해 “당명을 어겼으니 징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련〓의원들은 의총에서 단독국회 좌절에 대한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하면서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10∼17석에서 협상할 수 있다는 타협안을 제시하는 등 교섭단체의 꿈을 버리지 못한 표정. 오장섭(吳長燮)원내총무는 “민주당의원 3명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으며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 역시 아무 대책도 없이 국회를 휴회시키는 데 분개한다”고 비난했다. 오총무는 특히 ‘교섭단체 17석안’을 새로운 협상안으로 제시했다.

▽한나라당〓이회창(李會昌)총재는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엄연히 야당 의원들이 있는데 여당 의원만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없자 국회 문을 닫아버릴 수 있는 거냐. 국회가 정권의 부속물이냐”고 비난했다. 이총재는 또 “민생을 위해 단독 국회도 불사한다고 하더니민생문제가 남아 있는데 왜 국회 문을 닫느냐. 지금이라도 여당이 우리 당 요구를 받아들이면 국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의원총회를 갖고 민주당이 국회 문을 닫은 것을 ‘천인공노할 패악행위’로 규정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송인수·이철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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