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폭 개각]자민련 일각 '추천 거부' 불만

  • 입력 2000년 8월 6일 19시 21분


자민련 지도부 가운데 개각문제와 관련해 나름대로 당의 입장을 밝힌 사람은 김종호(金宗鎬)총재직무대행이 거의 유일하다.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나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5일 오후 귀국한 JP는 공항에서 개각과 관련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저기 책임자가 나와있다”며 김대행을 가리키기도 했다.

김대행은 6일 “이번 개각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자민련 몫의 각료추천을 요청해도 이를 거부키로 했다”며 “자민련 인사가 포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명예총재가 5일 저녁 자택에서 당직자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그 문제에 나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 김대행이 이총리와 상의해 처리하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자민련의 ‘추천거부’ 입장은 단호한 듯하다. 이미 김대행은 4일 오후 총리실로 이총리를 방문했을 때를 전후해 JP와도 나름의 협의를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 고위당직자는 “지금과 같은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에서 누구라도 입각을 하게 되면 ‘반역자’가 될 것”이라며 당 지도부의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측이 자민련 의사와 관계없이 원외인사 중 한두명을 입각시킬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당내 일각에서는 여전히 “‘추천거부’가 곧 ‘입각거부’는 아니지 않느냐”며 이총리가 각료 제청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JP의 의중이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부 의원들은 “기왕에 공조를 하려면 적극적인 공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총리직이나 국회부의장직은 받고 장관자리를 거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과거 JP도 총리시절에 자민련 사람은 아니지만 ‘○장관 △장관 등은 내가 추천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꼭 추천형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이같은 분위기로 볼 때 이번 개각에 자민련 인사가 포함되든, 안되든 간에 개각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졌던 잡음이 가라앉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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