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뒷이야기-여권 표정]장고 거듭…"낙점은 일사천리"

  • 입력 2000년 8월 7일 19시 4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내각이 ‘8·7개각’으로 그 진용을 드러내자 입각을 기대하던 인사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개각에 얽힌 뒷얘기와 여권의 표정을 모아봤다.

○…김대통령은 꽤 오래 전부터 개각구상에 착수해 자민련 몫의 2, 3개 자리만 남겨놓고 5일까지 대부분의 개각 명단을 확정했다는 후문. 진념(陳稔)재정경제 송자(宋梓)교육부장관도 이때 이미 확정했으며 외교안보팀의 전원 유임도 5일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의 주례보고 때 결론을 내렸다는 것.

이후 6일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이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를 만나 김대통령의 개각구상을 설명하면서 자민련 인사의 추천을 요청했고 이총리는 저녁에 김종필(金鍾泌)자민련명예총재를 신당동 자택으로 찾아가 협의한 뒤 한실장에게 결과를 통보. 따라서 발표 직전까지 말이 많았던 ‘재경부장관 인선 진통설’은 별 근거없는 낭설로 판명.

한편 발표 직전까지 개각 내용이 좀처럼 흘러나오지 않자 한광옥실장에 대해 “역시 삼중지퍼”라는 평가가 대두. 한실장은 그동안 줄곧 “내가 비서실장으로 있는 한 사전에 인선명단이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

○…민주당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7일 “이번 개각은 분야별 팀워크를 특히 중시한 것으로 신임 각료들은 전문성과 개혁성 도덕성을 두루 갖춘 인물들로 평가한다”고 논평. 박대변인은 또 “새 내각은 경륜을 바탕으로 한 원활한 팀워크를 통해 국민의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개혁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시.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경제분야의 경우 정책기조의 틀을 유지하는 쪽에 역점을 둔 것 같다”며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평가.

○…이번 개각에서는 막판에 입각이 결정된 자민련 추천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한번씩은 거명됐던 인물들. 유임이 확실시되던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이 교체된 것이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김장관은 건강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후문.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김장관은 이가 대부분 흔들릴 정도로 건강이 안좋은데도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더라”고 전언. 김장관의 경질로 ‘조각(組閣)멤버’는 모두 교체된 셈.

‘8·7’개각은 이례적으로 박수석이 발표했는데 현정권 들어 한동안 비서실장이 발표해오던 전례를 바로잡은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

○…이번 개각에서 장영철(張永喆)전의원이 노사정위원장에 임명된 데 대해서는 민주당 당직자들도 “매우 놀랍다”는 표정. 지난 총선 때 경북 칠곡에 공천받은 장전의원이 평소 친분이 두터운 민국당 이수성(李壽成)후보를 위해 막판에 후보등록을 포기해 당내에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

당 관계자들은 “장전의원의 친화력과 노동부장관을 지낸 경력 등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며 동교동계가 민주당 영입파에 대한 배려를 강조한 것도 장전의원의 발탁에 한몫했을 것이라고 분석.

<최영묵·윤영찬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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