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5돌]분단의 상징 DMZ/생태계 寶庫 '평화의 땅'

  • 입력 2000년 8월 11일 18시 51분


전장 248㎞, 폭 4㎞, 면적 2억7200평…. 한반도의 허리를 두 동강낸 비무장지대(DMZ). 한국전쟁의 상흔(傷痕)이 아물지 않은 역사적 장소이면서 동시에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세계적 보고(寶庫)로 알려져 있다.

전쟁 50년 만에 남북으로 훈풍이 솔솔 불면서 이 곳을 ‘평화의 땅’으로 만들자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붕괴된 베를린 장벽, 아프리카공화국과 보츠와나 접경지역에 만들어진 평화공원 등을 능가하는 ‘평화와 생명의 상징’으로.

그간 DMZ를 평화공원(Peace Park)으로 만들자는 국내외 논의는 여러 갈래가 있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이 곳을 하나의 ‘생태시스템’(Eco―system)으로 보고 접경지역 평화공원으로 조성해 통합 관리하자고 제안했고, 세계평화공원재단은 안보와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평화공원 조성을 제시하고 있다.

또 유네스코는 DMZ를 동북아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하자는 논의를 진행 중이고, 습지 보전 활동을 하고 있는 람사협약기구는 이 곳이 두루미 재두루미 등 이동성 조류의 중간 기착지라며 중시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의 DMZ포럼은 이 곳을 ‘사파리 공원’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다. 철책선 일부를 터줘 포유동물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는 DMZ가 역사적 또 생태학적으로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실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파주 DMZ와 민통선 지역에만 검독수리 두루미 재두루미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 13종과 쇠제비갈매기 물까치 청딱따구리 등 자연보전협회 지정 희귀종 11종을 비롯해 야생생물 229종과 식물종 460종 등의 서식이 확인됐다. 또 어룡저수지 사천 등과 민통선 지역의 장단반도 초평도 석곶리 등의 습지는 조류를 비롯한 야생동물 천혜의 서식처로 보전과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도 시급하다. (‘비무장지대와 민통지역의 생물상’·서울대출판부)

그러나 DMZ 전체의 생태 실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나 기관은 없다. 곳곳이 지뢰밭이어서 유엔사령부의 허락을 받아 DMZ에 어렵사리 들어가더라도 활동은 엄격히 제한되고 특히 철책선 너머 북한쪽은 아예 갈 수가 없다.

따라서 현 단계는 DMZ를 평화의 땅으로 만들자는 갖가지 아이디어는 무성하지만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 방향이 잡히지 않은 상황. 또 모든 지역을 평화공원으로 지정할 것인지,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생태학적 가치가 특히 높은 지역만 지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퇴역군인 기념관’이나 ‘만남의 장소’를 짓거나 물류기지 또는 공업단지를 조성하자는 주장, 농지를 개발하자는 주장 등을 불쑥불쑥 내놓는 것은 DMZ를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한 논의의 본류가 아니다.

남북 당국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DMZ 공동조사의 당위성과 역사적 의의는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서울대 조경학과 김귀곤(金貴坤)교수는 “현재로선 DMZ의 생태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남북 공동 조사단을 구성하는 게 급선무”라며 “지구환경기금(GEF) 등의 지원을 받아 남북이 참여하는 국제조사단을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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