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경의선 복원, 접경지역 개발 등 통일시대를 향한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지만 휴전선 155마일 전지역에 잠복해 있는 대인지뢰에 대한 제거방안은 아직 공식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 연천에만 민간인 통제구역 내 토지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3200여 가구가 37㎢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개발이 가속화되면 민통선 출입은 더욱 늘어나게 돼 지뢰대책 마련은 하루가 시급한 실정이다.
휴전선 일대에 살포된 지뢰 가운데 탐지가 거의 불가능한 M14 대인지뢰(속칭 발목지뢰)는 약 100만개로 추정되고 있다. 외부는 플라스틱 재질로 돼 있으며 크기는 테니스공보다 조금 작다. 영화에서와 달리 밟으면 곧바로 폭발, 하반신에 피해를 주는 무서운 무기다. 크기가 작다보니 큰비가 내리면 어느 곳으로라도 유실되기 때문에 최근 몇해 동안 수해가 발생한 지역에선 유실지뢰에 의한 주민피해가 잇따르기도 했다.
98년 강원 양구군 개울가에서 발목이 절단된 백모씨(60·여), 95년 경기 연천군 신서면 콩밭 개울가에서 대인지뢰를 밟아 역시 발목이 절단된 김모씨(63) 등 예기치 못한 곳에서 피해를 본 주민이 한둘이 아니다. 한국교회여성 연합회 평화통일위원회가 집계한 60년 이후 대인지뢰 사고는 모두 100여건에 달한다.
사고는 96년 대홍수 이후 해마다 물난리를 겪은 파주 연천 등 경기 북부지역에 집중돼 있다. 군 당국이 지뢰지대 표지를 해두고 있지만 매설지역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남아있지 않거나 홍수로 인한 유실 등으로 보호장치가 되지 못한다.
한국대인지뢰 대책회의 조재국 집행위원장(안양대 교수)은 “접경지역 개발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휴전선 인근에 무차별적으로 살포된 대인지뢰에 대한 제거 방안은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지뢰 제거에 대한 방안이 우선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천〓이동영기자>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