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방북단 설명회]"김정일위원장이라고 부르세요"

  • 입력 2000년 8월 14일 19시 02분


“김정일장군님 혹은 국방위원장이라고 부르셔야 합니다.”

“남쪽을 자랑하셔서는 안됩니다.”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는 남한측 이산가족 상봉단(방북단)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3시간 가량 계속된 이날 설명회에서 방북단은 △북한 실상 및 주민생활상 △85년 고향방문단 상봉장면 시청 △정상회담 성과 및 이산가족 문제 △남과 북의 언어차이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사상교육’보다는 ‘안내’ 성격으로 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특히 방북단이 가장 주의를 기울인 대목은 가족과 안내원 등 북한사람 접촉요령. △정치나 사상문제를 거론하지 말 것 △남과 북을 비교하지 말 것 △호칭문제에 특히 주의할 것 등 이미 알려진 개괄적인 행동요령에다 “너무 고생했다” “식량난이 크다던데…” 등의 상식적인 말도 북한측을 자극할 우려가 있으니 삼가달라는 설명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 지나친 농담과 돌출적 행동 등 자칫 남과 북 사이에 시빗거리가 되거나 책잡힐 행동도 자제해달라고 통일부측은 당부했다.

그러나 이번 방북 때 인편으로 친지들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달러 등 선물을 건네는 것에 대해선 금지하지 않고 간단한 주의사항만 전달돼 가족상봉의 특별한 의미를 드러냈다.

남동생과 여동생들을 만나는 이동선씨(72)는 “그쪽 생활을 우리가 잘 모르니 만큼 행동요령에 따라 개인행동 등은 일체 삼가겠다”며 “고향 땅에 간만큼 흙을 조금이라도 가져오고 싶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국제관례에 따라 동식물과 토양 등은 가져올 수 없다는 것. 장정희씨(71·여)는 “의약분업 사태로 여동생에게 전해줄 결핵약을 정말 어렵게 구했다”며 “전해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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