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이산가족 방문단과 함께 15일 서울에 도착한 북측 수행원중에는 6월27∼30일 금강산 남북적십자회담의 북측 대표가 모두 포함됐다. 적십자회담 북측 단장이었던 최승철 북한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상무위원과 이금철, 최창훈 대표 3인방이 바로 그들. 이들은 이번 8·15이산가족 교환방문 합의를 이끌어낸 실무주역.
그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 부단장 자격으로 서울에 온 최승철위원. 최위원은 올해 49세. 젊고 잘생긴 30, 40대 연령층으로 회담 일꾼을 교체하고 있는 북한의 차세대 회담일꾼 중 선두주자다.
그는 김포공항에 모습을 나타냈을 때부터 숙소인 워커힐 호텔과 코엑스 단체상봉장에 이르기까지 북측 유미영(柳美英)단장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녀 이번 이산가족 상봉의 북측 실무사령탑임을 짐작케 했다.
최위원은 이미 30대 후반이던 93년 10월부터 94년 3월까지 제1∼8차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실무대표접촉 대표를 맡으면서 대남 협상의 전면에 나섰다. 또 94년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부총리급 예비접촉에도 참가했다. 현재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과 해외동포원호위원회 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한 고위탈북자는 “최위원은 함경남도의 노동자 가족 출신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노동당 통일전선부에서 근무해온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12번째 방문 촬영기사 최영화씨▼
북측 방문단 151명 중에는 서울을 ‘안방’처럼 편안하게 생각하는 인사가 있다. 12번째 서울을 방문한 최영화(崔榮華·62)씨가 그 사람. 조선기록영화촬영소 소속 촬영기사인 그는 72년 9월 남북적십자회담 취재부터 지난달 남북장관급회담에 이르기까지 북측인사로는 최다 서울출장 기록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이다.
15일 숙소인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 도착한 최씨는 그를 알아본 여러명의 남측 카메라 기자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서울에 왔을 때도 “서울에 자주 오니 남의 동네 같지 않고 친근하고 편하다”고 말했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독일제 35㎜영사기를 메고 회담장을 누비는 최씨는 북한 현대사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평양영화연극학교를 졸업한 뒤 조선기록영화촬영소에 들어간 그는 김일성(金日成)주석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공식행사에 관한 영상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남한 관련 필름도 다큐멘터리를 편집할 수 있을 만큼의 방대한 분량을 소지하고 있다.
최씨를 비롯한 서울방문 북측 기자들의 적극적인 취재활동도 인상적이었다. 유미영 북측 단장이 워커힐 호텔에 도착하자 북측 기자들은 유단장보다 먼저 호텔 로비로 뛰어들어가 내외신기자들과 서로 어깨를 밀치며 취재경쟁을 벌였다. 또 유단장 일행을 환영하는 한 할머니에게 달려가 “할머니 가족이 (북측 방문단에) 포함돼 있느냐”며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했다. 예전 북측 기자들에게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던 모습이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