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던 코엑스 빌딩 한쪽 끝에서는 ‘벽안의 눈물’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미국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취재차 방한한 뉴욕타임스의 스테파니 스트롬 기자(36·여)는 이산가족이 하나둘씩 껴안고 오열할 때마다 연방 눈시울을 붉히며 ‘역사의 현장’을 체험했다.
“말을 모르고 그간의 사연을 몰라도 마음으로 그들이 여태껏 겪어온 슬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트롬 기자는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며 이산가족의 몸짓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휴먼 드라마’라고 말했다.
상봉이 이뤄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이산가족이 만나는 광경을 보게 되면 어떨 것 같느냐”는 물음에 “간접경험조차 없는 나로선 아무래도 상상 자체가 어렵다”며 덤덤한 표정을 짓던 그다. 그는 “상봉의 기쁨이 앞서겠지만 2박3일이란 짧은 시간을 생각하면 가족들에게 또 다른 슬픔이 닥치지 않겠느냐”며 연방 손수건으로 눈 언저리를 훔쳤다.
그는 이번 취재에 앞서 담당데스크로부터도 “남북정상회담보다 더 의미있게 다뤄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과 함께 취재지시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남북의 군비감축, 언젠가 이뤄질 통일 등의 추상적인 주제가 아니라 같은 시대 지구 저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꾸밈없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다뤄지기 때문이라는 것. 스트롬 기자는 뉴욕타임스에서 소문난 한국 및 일본 전문가. 12년의 기자생활 동안 절반 이상을 극동문제 전문기자로 활동했으며 미모도 출중하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