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세대들이 본 이산상봉]"핏줄은 역시 핏줄…"

  • 입력 2000년 8월 15일 19시 22분


“할머니와 큰아버지가 만나는 장면을 뷰파인더로 보니 가슴이 찡하네요.”

북에서 내려오는 이산가족을 만나는 남한 상봉자 중 최연소인 이아름씨(23·홍익대 회화과 2년 휴학). 그는 할머니(장순복·88·강원 강릉시 초당동)와 아버지, 두 고모와 함께 북에서 내려온 큰아버지(이동섭·65)를 만났다.

그는 큰아버지와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상봉시간 내내 가족상봉 장면을 사진으로 찍었다. 이씨는 “짬짬이 배워둔 사진 실력을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활용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상봉 이전에는 큰아버지에 대해 ‘6·25전쟁 때 피란 와중에서 실종됐다’는 얘기만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얼굴도 몰랐던 큰아버지에 대해 사실 덤덤합니다. 5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실감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다만 걱정은 할머니의 건강. 평소 정정하시던 할머니가 상봉을 앞두고 갑자기 아픈 곳이 많아졌다고 한다. 다행히도 상봉 후에도 별탈이 없으신 것 같아 다행이라고 한다.

“저도 50년 만에 아들을 만난다면 저런 모습이겠지요. 우리 윗세대의 슬픔과 설움을 우리 세대가 끝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들의 아픔이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또 다른 20대 상봉자는 북한 인민배우인 큰아버지 박섭씨를 만나러 온 박경자씨(28). 박씨는 남한에 있는 친척이라고는 아버지가 유일해 이번 상봉자에 끼게 됐다.

그동안 북한에 큰아버지가 계신지도 몰랐을 정도로 집안에서 그의 존재는 ‘금기’였다.

“아버지가 그동안 명절 때만 되면 갈 곳이 없어 얼마나 외로워했는지 몰라요. 우리도 친척이 없다고만 알고 살았고요.”

상봉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짐짓 내색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이산가족이 내 얘기’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물론 그들의 아픔을 다 알 수는 없겠지요. 억지로 울음짓기보다는 50년 만에 돌아오신 큰아버지를 따뜻하게 맞아 드렸어요.”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