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0시57분.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과 수행원 취재단 등 151명과 승무원 16명 등 모두 167명을 태운 북한 고려항공 816편이 김포공항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분단이후 북한의 여객기가 최초로 남한에 착륙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6월 남북정상회담때 처음으로 남북한간에 ‘하늘길’이 열린이후 남북한 상호 항공기 교환운항이 실현됐다. 고려항공 816편이 이날 오전 10시 평양 순안공항을 이륙, 30여분간의 비행끝에 남측 영공으로 들어선 것은 오전 10시25분. 대구항공교통관제소와 역사적 첫 교신이 이뤄지는 순간 관제직원들은 흥분과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10시40분. 인천 앞바다 김포공항기점 100km 상공까지 접근한 816편의 관제권이 서울지방항공청 관제레이더실로 넘어갔다. “여기는 고려항공 816편.식별바람”. 순간 레이더상에 ‘KOR 816’이라는 식별부호가 붙은 선명한 점 하나가 반짝거렸다. “고려항공 816편. 식별완료”. 관제레이다실과 10여차례의 교신을 주고 받는 사이 816편의 조종사들 눈 앞에 김포공항이 들어왔다.
착륙 5분여를 남겨둔 10시55분. 김포공항 관제소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김포공항. 고려항공 816편입니다. 활주로 접근중”
“고려항공 816편 환영합니다. 착륙하세요”. 옛 소련제 일류신62M 기종인 고려항공기는 동체에 ‘Air Koryo’라고 적혀있고 꼬리날개에 인공기가 선명했다.
이어 북측 승무원들은 탑승구 앞에서 기다리던 대한항공 승무원들과 10여분간의 짧은 만남을 가졌다. 우리측으로부터 꽃다발과 기념 시계 등을 전달받은 고려항공 박승남기장(52·사진) 등 승무원들은 “통일의 염원속에 처음으로 동포를 태우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중 여승무원 한명이 대한항공 승무원에게 카메라를 건네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 북 승무원들이 단체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들은 대한항공측의 식사 제의에 “앞으로 기회가 많을텐데 다음에 하자”며 사양한 뒤 곧 기내로 들어갔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