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코엑스 상봉장에서 북한의 최고 시인인 동생 오영재씨(64)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형 승재씨(67·전 한남대학원장)는 동생이 출입구를 통해 들어서자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자리를 박차고 달려가 부둥켜안았다.
이어 오씨의 동생 형재(62·서울 시립대교수) 근재씨(59·홍익대교수)도 오씨에게 달려가 ‘50년만의 뜨거운 포옹’을 나눠 4형제는 한 몸이 됐다.
4형제는 “살아서는 못 만날 줄 알았는데 하늘이 도왔다”며 거듭 서로의 얼굴을 살피며 상봉의 기쁨을 나눴다.
잠시 진정을 찾았던 영재씨는 97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 소식을 접하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참지 못한 듯 다시 눈물을 훔쳤다. 동생 형재씨는 “형님이 내려오신 것을 저승에 계신 어머님도 기뻐하실 것”이라면서 “어머니는 생전에 ‘영재와 함께 있지 않는 한 사진기 앞에 절대로 서지 않겠다’며 한사코 사진 찍기를 거부하셨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계관시인’칭호를 받은 영재씨는 50년 7월경 당시 전남 강진 국립농업중 3학년에 재학 중 의용군으로 차출되면서 가족과 헤어졌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