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총장은 1000여명의 내외신기자들 앞에서 “통일부 쪽 얘기로, KBS가 초청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이 8월18일 베이징(北京)을 거쳐 서울로 오려던 계획을 바꿔 서울∼평양 직항로를 이용하기로 했다”며 “직항로는 서해안 말고 휴전선을 가로지르는 것이며, 이는 남북관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기자들이 잠시 술렁거렸다. 남북관계 진전을 알리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5분 뒤 통일부 당국자가 나서 “(박총장이) 발표한 내용은 착오에 의한 것”이라고 정정 발표했다.
하지만 정말 착오였을까.
이를 두고 정부상황실 주변에서는 박총장이 사전에 관련부서 관계자들과 충분히 협의한 다음 브리핑 ‘메뉴’를 들고 나온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을 단순한 ‘실언’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남북간에 뭔가 대화가 오가고 있는 징후’ ‘머지않은 시일 내에 직항로가 열릴 것’ 등의 관측이 제기됐다. 또 “남북이 직항로를 여는 시기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때로 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실제 김위원장도 지난 12일 방북한 언론사 사장단에게 “에너지도 없는 나라에서 남측이나 북측이나 모두 휘발유를 사서 쓰는데, 서해로 나가서 돌아 가지고 서울과 평양을 다닐 필요가 있습니까”라며 휴전선 직항로 개설에 전향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