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16일 저녁 공동만찬이 있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삼원가든에서 만난 이산가족들은 숯불양념갈비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며 모처럼 고향에서의 회포를 풀었다. 마치 명절날 모인 가족들의 모습 같았다.
북한의 ‘계관시인’ 오영재씨(64)는 식사시간 내내 승재(67) 형재씨(62) 등 남쪽의 형제 등과 어깨를 감싸안으며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오씨는 “마치 주말 저녁 모처럼 모인 형제들과 술을 마시는 것 같아 진정으로 가족을 만난 기분”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오씨는 기자에게도 “한잔 하라우”라며 맥주잔에 소주를 절반 이상 부어 한번에 들이켜도록 권하기도 했다.
방송인 이지연씨(52·여)의 북쪽 오빠 내성씨(68)는 “서울에 온 후 온갖 음식을 먹어봤지만 가족과 마주 앉아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며 포도주로 건배했다.
식사가 끝날 무렵 분위기는 절정에 달해 곳곳에서 노래와 ‘춤판’이 벌어졌다.
북쪽의 최봉남씨(70·여)는 동생 최재구씨(65) 등과 자리에서 일어나 ‘고향의 봄’을 부르며 어깨춤을 췄다.
또 북에서 온 정해섭씨(67)는 누나 선자씨(60)와 함께 ‘우리의 소원’을 두 번이나 부른 뒤 앙코르 요청이 있자 ‘아리랑’을 다시 한번 부르며 테이블 곳곳을 누비기도 했다.
북측 기자단장인 장준용씨(56)는 “친한 사람들끼리 만났을 때 독주를 잔에 3분의2 가량 담아 술을 권하는 사람 앞에서 곧바로 비우는 것이 북한의 주도(酒道)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