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찬에서 '분단의 부부'인 남쪽 이선행(81·서울 중랑구 망우동)씨의 남쪽아내 이송자(82), 북쪽 아내 홍경옥(76·평북 구장군)씨는 처음으로 인사를 나눴으며 이선행씨의 북쪽 아들들은 이송자씨를 어머니로, 그리고 홍씨 아들과는 서로 형제로 지내기로 하는 극적이면서도 동시에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또 이날 적십자 자문위원으로 방문단과 함께 한 고(故) 장기려 박사의 차남인 장가용(張家鏞·65·서울대 의대교수)씨가 모친인 김봉숙(89)씨 등 가족들을 만났다.
장가용씨는 남쪽 방문단 가운데 유일하게 모자 상봉을 한 이산가족이 됐다. 소설가 이호철(李浩哲·68)씨 역시 여동생 영덕(58)씨를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남쪽 적십자사의 한 관계자는 "남쪽 이산가족들이 당초 203명의 북쪽 가족들을 만나기로 돼 있었으나 아쉽게도 164명만 만난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39명 가운데 일부는 이미 돌아가셨거나 병환으로 인해 나올 수 없다는 설명이 있긴 했으나 북쪽에 왜 나올 수 없었는지를 통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17일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오찬에 이어 잠시 휴식을 취한 이산가족들은 동평양 청년중앙회관에서 가극 '춘향전'을 관람했으며 오후 7시엔 옥류관에서 양만길평양시 인민위원회 위원장이 주최하는 환송만찬에 참석했다.
남쪽 이산가족 방문단은 3박4일의 방북일정을 끝내고 18일 고려호텔 앞에서 북쪽 가족들의 환송을 받으며 순안공항으로 출발하게 되고 북쪽 이산가족을 태우고 온 대한항공 여객기 편으로 서울로 향하게 된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