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사히신문 이산상봉관련 사설…이것을 첫걸음으로

  • 입력 2000년 8월 17일 18시 50분


아버지가, 자식이, 오빠가, 누이가…. 반세기에 걸친 분단의 벽을 넘어서 이산가족들이 꽉 끌어안았다.

서울과 평양을 상호방문한 이산가족은 각각 100명. 대부분 한국전쟁 때 생이별한 사람들이다. 환희와 눈물바다에 휩싸인 행사장의 모습은 남북한 TV에 동시 방영돼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6월 남북한 정상회담 ‘남북공동선언’의 구체적인 성과다. 이번 상봉은 작은 한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업을 계속 확대해간다면 커다란 첫걸음이 될 것이다.

15년 전에도 딱 한번 이산가족이 만났다. 그때도 이번처럼 감격적인 상봉이었다. 그러나 북에서 온 사람 중 일부는 ‘공화국은 천국’이라고 말했고 남에서 간 사람 중 몇몇은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에 이길 것이다’고 말했다. 그 후 상봉사업은 중단됐다.

이번에는 양측 모두 정치나 이데올로기의 화제를 피하고 도발적인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것 같다. 현명한 일이다.

이를 계기로 소식이 끊긴 가족을 찾는 작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 1세대는 고령이다.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 찾는 사람의 연락포스트를 설치하고 면회소를 만드는 등의 과제가 산적해있다.

또 남북공동선언 합의사항을 성실히 실행해 남북화해가 후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7월말 남북장관급회담에서 결정된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의 재개는 실현됐다. 그러나 경의선 철도의 단절구간을 연결하는 협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은 남측이 착공하면 북측도 2개 사단을 투입해 착공하겠다며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도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 경의선이 개통되면 한반도와 유럽을 묶는 ‘철도 실크로드’가 이어진다. 일본에도 유익한 사업인 만큼 기술적 자금적으로 지원하면 어떨까.

더욱 서둘러야 하는 것은 남북의 군사적인 신뢰회복이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100만 군대가 대치하고 있다. 이 긴장상태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한국측이 요구하는 군사 핫라인을 설치해야 한다. 대치병력을 떼어놓고 군비를 삭감하기 위한 대화도 시작하기 바란다. 그러한 실적을 착실하게 쌓아 한반도의 냉전구도를 없애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정리·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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