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이산가족 지원단원인 소설가 이호철(李浩哲·68)씨는 17일 평양 보통강호텔에서 여덟살 때 헤어진 여동생 영덕씨(58)를 만나 “곱게 잘 늙은 것 같아 마음이 놓이는구나”하며 몇 번이고 이렇게 다짐했다.
부모님 기일을 몰라 30여년간 음력 9월9일에 제사를 지내온 이씨는 동생에게 부모님이 언제 돌아가셨는지부터 물었다. 영덕씨는 “아버지는 75년까지 생존했다”며 “기일은 모른다”고 했다.
남매는 부둥켜안고 울었다. 울지말자던 다짐은 얼마 가지 않았다. 이씨는 평남 북창에 살고 있는 남동생 호열씨(64)가 중풍으로 쓰러져 투병중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가슴을 쳤다. 호텔을 나서는 오빠에게 동생은 “통일을 위해 애써달라”고 당부했다. 오빠는 말없이 동생을 감싸안았다.<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