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온 국어학자 유열(柳烈·82)씨는 17일 혈육에게 남길 수 있는 영원한 징표인 외증손녀의 이름을 지어 주었다.
‘여울’은 자연 속에 조용하게 흐르는 맑은 물로 이렇게 아름답게 살아라는 의미가 담겼다.
이 이름은 유씨의 딸 인자(仁子·60)씨가 16일 개별상봉 때 “외손자인 제 아들이 보름 전 딸을 낳았는데 아직 이름을 짓지 못했으니 이를 지어달라”고 요청해 지은 것.
유씨는 17일 오후 4시경 개별상봉이 이뤄진 쉐라톤워커힐호텔 1609호실에 딸 인자씨와 사위 임재민(林在珉·61)씨 등이 들어서자마자 “외손자가 임태형(林泰亨·31·부산 동아대병원 레지던트)이라고 했지?”라며 “그러면 그 딸 이름은 ‘여울’로 하면 복이 많을 것”이라며 외손자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이름과 뜻을 설명했다.
부모 형제와 헤어져 50년의 세월을 외롭게 살아온 남쪽 딸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밤새 생각하고 또 생각해 지은 이름. 인자씨는 “이 이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잊지 못할 선물”이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조용휘기자>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