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北送 형평성 논란…이산가족에만 연계

  • 입력 2000년 8월 18일 18시 24분


정부가 비전향 장기수 62명을 다음달 2일 북한에 송환하기로 함에 따라 북에 억류중인 국군포로 및 납북자문제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비전향 장기수 송환은 지난달 30일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및 면회소 설치회담 개시를 비전향장기수 송환과 묶어서 해결키로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정부와 대한적십자사는 이 합의(3조2항)에 따라 송환 대상자 62명의 명단과 실태자료를 18일 판문점 적십자연락관 접촉을 통해 북한 조선적십자회에 전달했다.

그러나 비전향 장기수 북송은 이에 상응하는 국군포로 및 납북자문제 해결에 대한 북측의 책임있는 언질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형평성과 상호주의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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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동안 비전향 장기수문제를 국군포로 및 납북자문제를 고려한 '공정한 대화'를 통해서 해결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를 '이산가족 상봉과 면회소 설치'와 연계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이산가족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전향 장기수문제를 이런 식으로 풀지 않을 수 없는 고충이 있었다"고 설명하고 "이산가족들의 한을 생각한다면 정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군포로와 납북자 가족들, 그리고 이들의 귀환을 위해 노력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87년 납북된 동진호 선원 최종석씨(崔鍾錫)의 딸 우영씨(祐英·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비전향 장기수나 납북자문제는 남북 모두가 치유해야 할 문제이긴 하나 저는 아버지가 어디계신지조차도 모르고 있다"고 말하고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이 2차 장관급회담에서 납북자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재향군인회의 한 관계자도 "이산가족 상봉의 절실함과 이에 따른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산가족은 기본적으로 인도주의적 문제이고, 군군포로나 납북자는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이산가족과 연계시키지 말고 독자적인 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비전향 장기수 북송은 절차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다. 우선 북측이 62명 전부를 받아들일지 여부도 확실치 않고 또 송한할 경우 가족 동반 여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관계자는 "북측은 23일까지 북송자 최종명단을 남측에 전달해 올 것"이라고 밝히고 "북송자는 남북간의 사실확인과 추후 협의 등을 통해 확정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영식·이완배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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