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면회소 어디에…개성-철원까지 거론 혼선

  • 입력 2000년 8월 20일 18시 57분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정례화할 수 있는 이산가족 면회소는 어디에 생길까.

남북은 다음달 2일 비전향장기수 송환 즉시 적십자회담을 열어 면회소 설치 및 운영문제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는 6월 금강산 적십자회담의 합의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북의 시각과 이해가 엇갈려 면회소 설치장소를 정하는 문제는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남측이 원하는 곳은 판문점이다. 서울에서 최단거리이고 남북 양측지역에 자유의 집과 통일각 같은 시설물이 이미 설치돼 있기 때문. 상봉비용도 적게 들 것이므로 정부나 이산가족의 부담도 덜 수 있다.

그러나 북측의 기피의사가 강한 게 문제. 북측은 미군이 주도하는 유엔사 관할지역에서의 이산가족 상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측이 선호하는 곳은 금강산이다. 격리된 장소여서 ‘개방’의 부담이 적은데다 남측 방문자들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

정부도 차선책으로 금강산을 검토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에 너무 많은 돈이 들고, 고령자가 금강산까지 가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아 정부로서도 고민. 특히 1인당 70만원의 금강산 관광비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지도 난감한 문제다.

이런 사정 탓에 북측 개성시와 접경지역인 강원 철원 등 ‘제3의 장소론’이 나온다.

개성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관광지로 개방할 뜻을 밝힌 데 따른 것. 철원은 평양을 다녀온 장충식(張忠植)대한적십자사총재가 금강산의 교통과 비용문제 등을 들며 “철원도 괜찮을 것”이라고 운을 떼면서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2, 3곳에 면회소를 동시에 설치하자는 의견도 나오나 북측이 복수 면회소까지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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