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年內 답방 어렵다" 서두르면 남북모두 부담

  • 입력 2000년 8월 22일 19시 01분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11월이후 연내 답방 가능성’을 22일 국내 일부 언론이 보도하자 정부 관계자와 북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고개를 가로 저었다. 김위원장의 답방을 그처럼 서둘 이유도 없고 그럴 상황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김위원장의 답방 시기를 결정할 가장 큰 변수로 ‘남북 화해 분위기의 수준’을 꼽았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산가족 면회소가 설치되고, 경협과 군사적 신뢰 구축이 상당히 진척되는 등 남북관계의 뚜렷한 개선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지 못한 상태에서 김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지면 남북 모두에 부담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에서 이뤄질 남북정상회담은 이산가족 상봉같은 이벤트성 교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김위원장을 맞이할 우리 사회 내부의 분위기도 성숙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우리가 ‘내년 봄’을 김위원장의 답방 시기로 요구했지만, 이것이 지켜질지도 남북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북한내 정치 일정도 중요한 변수다. 김위원장은 6월 김대중대통령에게 “이 직책(국방위원장)으로 서울에 가는 것을 (북한)주민들이 싫어한다”고 말했다. 김일성(金日成)주석 사망이후 ‘주석제’가 폐지되면서 북한은 실권자인 김위원장과 헌법상 국가원수인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번갈아 국가를 대표하는 ‘기형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김위원장은 10월10일 노동당 창건 55돌 행사에서 새 체제 노선을 정한 뒤 헌법개정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서울 답방도 체제 정비가 끝난 뒤에나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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