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비용실사 뒷얘기]같은 돈이라도…

  • 입력 2000년 8월 23일 19시 13분


여야 의원 19명이 고발 또는 수사의뢰된 ‘4·13’총선 선거비용 실사 과정에서 일부 후보들이 법해석을 잘못해 위법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등 웃지 못할 각종 해프닝이 벌어졌다.

의원들이 가장 많이 실수한 대목은 읍면동책 등에게 지급한 활동비를 정당활동비라고 선관위에 신고한 것. 선관위는 그러나 ‘선거법상 유급선거운동원 5명 외의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면 모두 기부행위’라며 이를 고스란히 선거비용에 합산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 김영배(金令培) 이창복(李昌馥)의원 등은 법정 선거비용을 초과지출한 것으로 인정돼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그러나 이와 달리 지출 비용을 의정활동비나 정책개발비 명목으로 신고한 의원들은 통상적인 정당활동비로 인정돼 위법 시비를 면했다.

또 몇몇 의원들은 선관위가 자원봉사자들을 상대로 금품 지급 여부를 조사하기에 앞서 자체적으로 ‘모의 훈련’을 실시, 자원봉사자들의 ‘실수’를 예방했다.

고발 또는 수사의뢰된 일부 의원들의 항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윤수(李允洙) 송영길(宋永吉)의원측은 22, 23일 선관위에 전화해 “왜 이름을 언론에 공개하느냐.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기라도 했느냐”고 따졌다.

선관위 직원들의 고충도 크다. 1040명의 총선 출마자 중 1038명으로부터 회계보고서를 받느라 전화 조사만 1만7000여건, 면접 조사만 3만9000여건을 한 것. 선관위 관계자는 “실사 수준을 높이려면 시민 제보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며 “경기 수원의 한 주민은 특정 후보의 위법사실을 선관위에 제보했다가 이 사실이 알려져 결국 이사를 가기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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