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협상을 계속하자는 데 합의한 것이 중요하다. 이날 회의에서 일본측은 ‘납치’란 표현을 하며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적극 거론했다. 북한측은 ‘행방불명자’로서 계속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이는 평양에서 4월 열렸던 9차 회담시 납치란 말을 사용하는 한 협상할 수 없다던 태도에 비해 훨씬 유연해진 것이다.
양측이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을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상대방 속내를 확인한 것도 성과다. 북한은 특히 세계 각국이 북한의 개방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현 시기가 수교를 위한 절호의 기회란 점을 알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북한측은 과거청산, 약탈문화재 반환, 재일조선인의 법적지위 문제 등을 거론했다. 일본측도 북한의 미사일 핵 공작선 마약밀수를 비롯해 북한에 거주중인 일본인의 고향방문 등 현안을 거론했다. 양측 모두 할말을 다 했다.
북한과 일본 대표는 24일 저녁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4시간 동안이나 독대했다. 앞으로 회담 방향에 관해 상당한 정도 의견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내달초 미국 뉴욕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와 김영남(金永南)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나면 회담은 급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기사라즈〓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