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D-4]물고 물리는 論! 論! 論!

  • 입력 2000년 8월 25일 18시 39분


종반에 접어든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전의 후보자간 공방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이인제(李仁濟)후보를 중심으로 한 ‘대권론’이고, 다른 하나는 한화갑(韓和甲)후보와 김중권(金重權), 김기재(金杞載)후보간의 ‘3자 연대론’에 대한 공방이다.

이같은 공방의 이면에는 이인제 한화갑후보간의 치열한 선두 다툼과 그로 인한 두 후보 진영 및 지원 세력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이 때문에 경선이 끝난 뒤 당내 세력 판도가 두 후보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권론’에 불을 붙인 것은 이인제후보였다. 이후보는 23일 ‘충청 대권론’을 제기한데 이어 24일에도 ‘(나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 대권론에 연일 기름을 부었다. 이후보측은 확실한 차기 주자가 부각되지 않은 민주당내에서 ‘대권론’만이 자신의 값어치를 가장 산뜻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최선의 카드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후보의 바람몰이는 즉각 다른 후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화갑 박상천(朴相千) 김근태(金槿泰)후보 등은 “이번 전당대회는 대권과 당권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이후보의 대세론에 제동을 걸고 있다.

가장 강력히 견제구를 던지는 것은 역시 한화갑후보측. 여기에 박상천후보측이 이후보의 ‘대권론’은 ‘김대통령의 레임덕’을 조기에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가세하고 나섰다. 박후보측은 특히 “만일 이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1등을 하면 민주당은 곧바로 ‘이인제 당’이 된다”며 대의원들의 견제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후보측은 한후보측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호남 출신인 한후보가 1위가 되면 민주당은 ‘호남당’으로 전락해 정권 재창출이 어렵게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차기 호남 불가론’과도 맥이 닿아 있는 논리다.

‘3자 연대론’도 이후보측의 주공격 대상. 3자 연대론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는 다른 후보들을 자극해 간접적으로 한후보측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자 연대론’ 비판에는 안동선(安東善)후보측이 적극 가세하고 있다. 안후보는 25일 의원총회에서 3자 연대론을 강력히 비난하며 “이런 식으로 가면 경선 이후에 엄청난 후유증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한후보측은 “오히려 이인제―안동선―박상천후보가 3자 연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후보측은 또 이인제―안동선후보 뒤에 권노갑(權魯甲)상임고문이 버티고 있다고 본다. ‘이(李)―한(韓)의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중위권 6,7명 "당선 자신"▼

7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에서 누가 ‘턱걸이’로 최고위원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느냐 하는 것도 당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정대철(鄭大哲) 김태식(金台植) 안동선(安東善)의원 등 ‘중진파’와 추미애(秋美愛) 김민석(金民錫)의원 등 ‘소장파’, 영남의 김기재(金杞載)의원 등 ‘중위권’으로 분류되는 후보는 줄잡아 6, 7명. 서로 당선권에 진입했다고 주장하는 이들 중에서 누가 실제로 7위 이내에 들어갈지 현재로서는 점치기 쉽지 않다.

추미애 김민석의원이 당선될 경우에는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노갑(權魯甲)고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안동선 정대철 김태식의원이 당선권에 들어서면 중진 중심의 당내 질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재의원은 영남후보 전원 당선이 가능할지의 관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그러나 당내에선 ‘4인 연기명’이란 투표 방식으로 인해 섣불리 당락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많다.1, 2위 강자들의 선두 다툼의 여파로 “한두 표는 ‘우리편’에 찍되, 나머지 표는 라이벌보다는 승패와 무관한 약세 후보를 찍자”는 심리가 발동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의외의 후보가 당선권에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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