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北-日 정상회담 가능성 시사

  • 입력 2000년 8월 25일 18시 47분


인도를 방문중인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는 24일 동행기자단에 북―일 수교교섭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상들이 만나 자신의 생각을 직접 전달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내달 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2인자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회담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것. 만약 모리 총리와 김 상임위원장이 만날 경우 북―일 관계의 급격한 진전이 예상된다.

모리 총리가 김 상임위원장과의 회담을 원하고 있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남북정상회담을 끝낸 직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고 한 충고가 주효했다.

또 내정이나 경제면에서 별다른 실적이 없는 모리 총리로서는 ‘외교’가 돌파구다. 그 중에서도 북―일 관계는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 따라서 이를 매끄럽게 처리해 ‘모리 교체론’을 봉쇄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쥐는 것은 그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모리 총리는 김 상임위원장과 회담한 뒤 적절한 시기에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을 성사시키려는 복안도 갖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북―일 수교교섭의 최종단계는 결국 정치적 결단을 통해 풀릴 수밖에 없다. 한일수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관료들이 만나 틀은 만들겠지만 이를 승인할 수 있는 사람은 최고지도자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상들이 만나 서로의 의지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일본 정부 내에서는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아직 주고받을 것도 확실치 않은 마당에 정상들이 만나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는 지적인 셈. 그보다는 물밑에서 정치적 교섭을 시작해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의견접근을 본 뒤 최고지도자들이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것.

이런 이유 등으로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북―일 수교교섭의 진전여하에 따라서는 빠른 시일 내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수교교섭을 서두르는 듯한 변화는 이번 제10차 회담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됐다. 북한의 이런 변화는 예상보다 빨리 북―일 수교교섭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