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 장기수 북송 공방]한나라 "간첩을 영웅시"

  • 입력 2000년 8월 25일 18시 54분


25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총은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이날 오전 북한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명단이 공개된 북송 대상 비전향 장기수의 다수가 남파 간첩으로 확인되자 일부 의원들은 “간첩이 영웅이 되고 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도 “북한에 송환되는 비전향 장기수 63명 대부분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복역한 사람”이라며 “정부는 인권의 이름으로 이들을 송환한다고 했는데 왜 국군포로와 납북자에 대해서는 북한측에 송환 요구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총재는 “비전향 장기수 송환만으로 끝난다면 야당으로서는 국민 앞에 직접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를 대북 지원 예산과 연계시키자는 주장도 나왔다. 박관용(朴寬用)의원은 “미국 의회가 대북 중유 지원 예산을 동결한 것처럼 우리도 내년도 예산 중 대북 지원 사업비를 분류 심사해 예산 심의 자체를 거부하거나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용갑(金容甲)의원은 “김정일(金正日)조차 자기 체제를 위해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까지 포함시켰는데 우리 대통령은 그동안 뭘 했느냐”며 “결의 대회라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도 논평을 내고 “비전향 장기수가 애국 투사로 환송식을 가졌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정부가 국가 이념을 지키지 못하면 존재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은 “비전향 장기수 송환은 남북정상간 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이라며 “남북문제는 시간이 필요하며 한꺼번에 모든 것을 얻으려 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만 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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