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비 실사개입 의혹]선관위-검찰 "엉뚱한 불똥"

  • 입력 2000년 8월 27일 18시 47분


▼선관위▼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당 윤철상(尹鐵相)의원의 선거비용 실사(實査) 발언 파문이 확대되면서 한나라당이 유지담(柳志潭)위원장의 사퇴까지 요구하자 불쾌감과 함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27일 해명서를 통해 “윤의원의 발언은 상식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우리 위원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금이 가게 하는 행위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윤의원은 응분의 책임을 질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례적으로 인터넷 홈페이지(www.nec.go.kr)에도 같은 내용의 해명서를 올리는 등 파문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자체 확인 결과 해당 부서의 누구도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고, 다만 관례적으로 22일 실사 결과 발표 직전에 여야 사무총장에게 내용을 설명하려 했으나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이 “들을 필요가 없다”며 거부했다는 것.

선관위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이 선관위 실사의 강도를 보고 (실사결과에 대해) 지레짐작을 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고발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는 주로 ‘서면작업’을 했기 때문에 보안이 철저히 유지됐다”며 ‘실사결과 사전누출설’을 부인했다.

그는 또 “16대 총선과 관련해 선관위가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위법사항을 정당별로 보면 여당의원 비율이 높아 야당이 검찰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선관위 통계를 거론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선관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정치권의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면서 “민주당은 진상을 명확히 해명해야 하며, 야당은 이를 정치공세에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검찰▼

검찰은 민주당 윤철상(尹鐵相)제2사무부총장의 선거비용 관련 발언의 파문이 확산되자 당혹해하면서도 신속한 대응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선거사범 수사의 공정성을 크게 의심받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선거사범 수사 주무부서인 대검 공안부는 파문이 터진 25일 저녁 바로 보도자료를 냈다. 검찰은 이 자료를 통해 “선관위로부터 선거비용 관련 고발장을 접수받아 수사준비 중인 단계로서 기소 여부를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며 “윤부총장이 ‘기소’라고 한 것은 고발을 잘못 표현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검찰 수뇌부는 26일에도 차동민(車東旻)대검공보관을 시켜 민주당측에 강력한 항의와 함께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검찰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16대 선거사범 수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한나라당 8명, 민주당 3명, 자민련 1명을 기소해 ‘편파수사’라는 야당의 공격을 받고 있는 시점에 이번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선거비용 문제로 선관위가 고발한 여야의원 19명(민주당 12, 한나라당 7명)에 대한 수사결과는 검찰의 위상을 다시 한번 시험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야당과 여론을 납득시킬 수 있는 내용이 관건인 것이다.

<양기대·공종식기자>k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