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연설회에서는 ‘선거비용 실사 개입 의혹’ 등 실수를 연발하는 당의 무능과 무기력이 주요 쟁점이 됐다. 이협(李協)후보는 “의원총회에서 말 한마디 잘못해 한나라당이 우리의 발목을 잡아 언제까지 갈지 모르고 우리 당 출신 장관이 사외이사로서 폭리를 취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추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며 “한나라당이 비꼬듯 이번 전당대회가 ‘돈 당대회’가 된다면 개혁과 남북 화해도 끝장”이라고 말했다.
조순형(趙舜衡)후보도 “당이 총재 지시 없이는 시국 현안과 정국, 사회 갈등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급기야 여당이 검찰 선관위에 사과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고 말했다.
정동영(鄭東泳)후보는 “요즘 당이 위기에 서있다”며 “70년대식 구식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당을 지탱해 나갈 수가 없다”며 당의 쇄신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인터넷 홈페이지가 민주당 홈페이지보다 조회수가 3∼4배가 된다는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청년층의 지지로 이룬 정권 교체인만큼 ‘재집권위원회’를 만들어 정당을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경쟁 후보들에 대한 공격도 치열했다. 박상천(朴相千)후보는 한화갑(韓和甲)―김중권(金重權)―김기재(金杞載)후보간의 ‘3자연대’에 대해 이날도 강력히 비난했다. 박후보는 “지역 안배론은 최고위원을 ‘나눠먹기식’으로 뽑겠다는 것으로 이는 또 다른 지역패권주의”라며 “지역별 대표를 뽑지 말고 ‘베스트7’으로 드림팀을 만들어야 당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물론’을 주장하면서 “대통령 후보를 지냈다고 해서, 대통령을 오래 모셨다고 해서 인물이 검증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이인제(李仁濟) 김중권후보도 겨냥했다.
김태식(金台植) 안동선(安東善)후보는 경륜을 내세우면서 소장파 후보들을 집중 견제했다. 안후보는 “지난 총선 때 시민단체들이 ‘바꿔, 바꿔’했는데 당내 선거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사람이 있다”며 “바꾸려면 나이 많은 서영훈대표, 김대중대통령부터 바꿔야 하느냐”고 물었다.
김후보도 “지도부는 경륜있는 사람이 하고, 젊은 사람은 실천하는 자리를 맡아야 한다”며 “코스닥 시장에서 부풀려진 벤처기업가같은 후보들에게 현혹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연설회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김근태(金槿泰) 조순형 이협후보 등이 개혁 세력의 대표주자론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김후보가 먼저 “1위 경쟁과 영남권 배려 때문에 개혁에 대한 논의가 국민과 당원들에게 잘 전달되지 못했다”며 개혁 세력의 대표주자론을 언급했다. 이에 조후보는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 모두가 개혁적”이라며 김후보의 발언을 견제했다. 이협후보도 “실천적 개혁가도 있지만 광고성 개혁가도 있다”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