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규(朴在圭)남측수석대표와 전금진(全今鎭)북측단장은 31일 오후 5시경 평양 고려호텔에서 별도의 수석대표 접촉을 갖던 중 1시간 가까이 시내 모처를 다녀와 궁금증을 자아냈다.
박수석대표는 남측 수행원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1번 번호판을 앞유리창에 붙인 벤츠를 타고 호텔을 벗어났다. 전단장은 이미 10여분전쯤 조용히 호텔을 벗어난 상태였다.
북측 기자단도 두사람이 ‘잠행’한 사실을 알고 박수석대표와 북측 고위인사의 접촉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남측 기자단에게 물어보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박수석대표는 55분 뒤 상기된 얼굴로 호텔에 나타나 “비가 많이 와 남측 대표단을 태우고 갈 비행기가 뜰 수 있는지를 살피러 순안공항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려호텔에서 순안공항까지 통상 자동차로 왕복 1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라는 점에서 그의 말은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다.
그는 실제로 시내 모처에서 북한 고위인사를 만나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김용순(金容淳)노동당 대남담당비서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어쨌든 박수석대표의 잠행과 이후 양측간 비공개 접촉에서 공동발표문이 합의돼 그의 ‘일시적 외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