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이 1일 발표한 공동보도문에는 ‘북측에 식량을 차관으로 제공하는 문제를 검토하여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식량 지원이 최종 합의된 사안은 아니지만, 회담 전후 분위기로 미루어 볼 때 남북 당국 사이에는 이미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얘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식량 지원이 이뤄지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데, 누구도 이를 자신하기 어렵다. 정부가 공동보도문에 ‘검토’‘추진’ 등 애매한 용어를 사용한 것도 이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95년 김영삼(金泳三)정권 당시 북측에 쌀 15만t을 보낼 때도 여론이 썩 좋지 않았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다. 특히 북측이 쌀 수송선에 인공기를 강제로 달게 함으로써 오히려 국민감정만 악화됐다.
식량지원 규모도 난제(難題) 중 하나다. 남북 실무 관계자들 사이에는 ‘20만t 정도는 줘야 북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지만, 말이 20만t이지 쌀 20만t이면 시가로 2500억원 상당이어서 적은 돈이 아니다. 더구나 남북협력기금의 가용 자금이 3000억원 정도밖에 안돼 정부로선 선뜻 결정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식량 지원을 어떤 형식으로 할지도 관심사다. 과거처럼 남북협력기금에서 집행하면 국회에 사후 보고만 하고 사전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그 규모가 커서 세출(歲出)로 잡게 되면 사실상 국회의 사전 동의를 거쳐야 된다.
한나라당은 벌써 지원형식과 관계없이 식량지원문제를 조목조목 따질 태세다. 이한구(李漢久)제2정책조정위원장은 3일 “어떤 경우에도 무상 지원은 안되고, 차관 형식의 유상 지원이더라도 북한의 상환 능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면서 “또 식량 지원의 대가로 북으로부터 얻는 것이 무엇인지도 정부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수·공종식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