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방위원장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고위급이 한두차례 방문한 뒤 답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북한처럼 통제된 사회가 아닌 남한을 방문할 경우 신변안전 등 각종 문제점을 사전에 검토한 뒤 방문하겠다는 뜻이었다.
김비서가 방문한 제주와 포항제철은 김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할 경우 한 번 정도 거쳐갈 수 있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남측도 경호상 문제 등으로 인해 정상회담장소로 서울보다는 제주가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검토를 해왔다.
또한 김비서의 남한방문은 제2차 장관급회담 이후 다소 정체기미를 보여온 남북관계의 현안을 풀기 위한 측면이 있다. 김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방문한 그는 김대통령 특별보좌관인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과 남북간 현안을 기탄없이 논의할 기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남북은 김국방위원장의 답방을 비롯해 식량차관 지원, 남북 군사직통전화 설치, 군사당국자회담 개최, 제2차 적십자회담 개최, 경의선복원 실무위원회 개최 등 각종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비서의 남한방문은 진전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남북은 핵문제로 인한 위기가 고조됐던 93년 10월5일부터 94년 3월19일까지 8차례에 걸쳐 '남북특사 교환을 위한 실무대표접촉'을 가졌지만 북측 수석대표인 박영수(朴英洙)조평통 부위원장의 '서울불바다' 발언으로 무산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별도의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남북관계의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국방위원장의 특사가 남한을 방문한 것이다.
특히 임동원 원장과 김비서의 면담에서 군사당국자회담의 밑그림이 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 를 향한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