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6일 민주당 김경재(金景梓)의원의 한빛은행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실시를 촉구한 이후 당내에서 박장관 사퇴론이 급속히 번졌다.
공개적으로 박장관의 사퇴 반대를 주장한 사람은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과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 정도였다.
한 당직자는 박장관 사퇴론의 급속한 확산에 대해 “박장관에 대한 일부 의원들의 사감(私憾)도 부분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전장관은 정통 ‘동교동 맨’은 아니면서 단기간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인물. 김대통령 집권 전엔 최장수 야당대변인으로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김대통령의 동교동 및 일산 자택을 드나들 정도로 신임을 얻었다.
집권 이후에도 그는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과 문화관광부장관으로 있으면서 김대통령을 가장 자주 만나는 핵심 실세였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 박전장관을 시기어린 눈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가 김대통령을 위해 ‘악역(惡役)’을 자주 맡은 것도 ‘내부의 적(敵)’을 키운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일례로 97년 대통령선거 TV토론 당시 그는 TV가 자주 비치는 앞좌석에 이미지가 좋지 않은 중진의원들을 빼고 신선한 초선의원들을 앉히려다 중진의원들의 강한 반감을 사기도 했다. 당시 중진의원들은 부부동반이었는데 자존심을 구긴 한 중진의원은 “두고 보자”며 이를 갈기도 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박전장관은 ‘눈엣가시’였다. 그가 오랫동안 김대통령의 ‘입’노릇을 하며 미움을 많이 샀기 때문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