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국방회담]냉전종식 '가늠자'…합의 불투명

  • 입력 2000년 9월 23일 19시 19분


분단사상 처음으로 25, 26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남북 국방장관회담은 회담 자체의 ‘상징성’ 때문에 다른 남북회담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

연성적(軟性的) 접근인 경협이나 사회문화 교류와는 달리 군사적 신뢰구축을 논의할 군사회담은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바꾸는 작업으로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 여부를 가늠할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양측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고 합의도 쉽게 이루기 어려운 분야이다. 남북이 22일 상호 교환한 대표단 명단에서도 이런 성격을 확연히 읽을 수 있다.

남측 대표단은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을 수석대표로 해 남북회담과 군비통제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인사들로 구성된 반면 북측은 김일철(金鎰喆)인민무력부장과 북한군 판문점대표부 소속 군 인사들이 주축이 돼 있다. 굳이 격이나 계급을 따지면 남측이 북측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있다.

남측 수석대표인 조장관은 전력기획 및 군사정책에 밝은 군의 대표적 정책통. 국방부 정책실장 때는 한국군 고위관계자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지난해 첫 한중 국방장관회담을 가짐으로써 ‘4강 군사외교’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도 들었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 인민무력부장은 지상군 위주의 북한군에서 해군사령관으로 군 최고직위에 오른 인물. 그만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신임이 두텁다.

조용하고 치밀한 성격의 김 인민무력부장은 만경대혁명학원 출신으로 소련 해군대학에 유학했으며 68년 동해함대사령부 참모장 시절에는 미국 푸에블로호 납치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측의 이 같은 대표단 구성은 회담의제를 경의선 철도 연결과 문산∼개성간 도로개설에 따른 군사적 협력문제로 한정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북측은 군사직통전화 가설에 대해서는 경의선 공사에 따른 필요성 등으로 전향적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남측이 희망하는 △군사 참관단 교환 △군사연습 및 대규모 부대이동 통보 △군사정보 교환 등에 대해서는 ‘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 전까지는 부정적 태도를 취할 공산이 크다.남측은 국방장관회담을 지원할 군사실무위원회 설치와 국방장관회담 정례화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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